‘9시 주식 오전 오빵이들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여성 스트리머 '한갱'의 SOOP 라이브 방송. /소셜미디어(SNS) 캡처

SOOP(옛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한갱(본명 우한경)’의 6일 오전 9시 라이브 방송 제목입니다. 주가 상승을 기원하는 춤을 췄다고 합니다.

한갱은 유명 여캠(여성 스트리머)으로 이달 1일부터 글로벌 SOOP 송출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4일간 방송의 누적 시청자가 13만명을 넘어섰고, 최고 동시 시청자도 2000명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SOOP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종가 8만300원에서 이날 종가 12만7900원까지 4거래일 만에 59.3%(4만7600원) 올랐습니다. 전날 장 중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뛰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한갱 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한갱 방송에 ‘별풍선’을 후원하고 한갱은 주가 상승을 바라는 방송으로 보답하고, SOOP의 실적은 좋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갱을 비롯한 여성 스트리머 방송이 SOOP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글로벌 SOOP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SOOP은 지난해 11월 출시 후 e-스포츠 중심으로 트래픽을 끌어모으려고 했습니다.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주가가 시장의 실망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SOOP 주식은 지난해 7월 14만3800원을 고점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장 중 7만8600원까지 밀리며 반토막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 스트리머 콘텐츠를 토대로 글로벌 SOOP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났습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갱의 글로벌 SOOP 첫 동시 송출 성과를 국내 스트리머에게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SOOP의 성장 동력을 확인한 이벤트이고 플랫폼 충성 고객 확보를 기대할 만한 분명한 기회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SOOP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까지 바꿨지만 결국 돈이 되는 ‘선정성’으로 돌아갔다고 박한 평가를 내리는 이도 있습니다. 관련한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글로벌 구하러 간 여캠’이라는 제목의 SOOP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갱의 방송 사진 등을 첨부했습니다. 이후 리포트에 쓰기엔 “점잖지 못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사진을 삭제하고 수정 보고서를 냈습니다.

오 연구원은 다만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SOOP은 높은 콘텐츠 자유도를 기반으로 여캠 콘텐츠에서 분명한 경쟁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며 “동아시아 시장에서도 콘텐츠를 e-스포츠로 한정하지 않고 여캠으로 확대해 글로벌 SOOP 조기 정착과 수익화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또 성인 콘텐츠도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 패트리온, 온리팬스와 견주기도 했습니다. 오 연구원은 “SOOP은 국내 심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성인물로의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패트리온이나 온리팬스와 같은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의 높은 성장성과 수요를 고려하면 SOOP의 여캠 콘텐츠의 성장성은 충분히 높다”고 했습니다.

SOOP 주가가 단기간에 오른 만큼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SOOP의 목표주가는 평균 14만1200원입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를 반영하면 13만8300원입니다. 이날 종가와 차이가 8% 수준입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국내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 14배를 토대로 산정한 숫자입니다. SOOP 주가가 큰 폭으로 더 오르려면, 다른 플랫폼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독립리서치 플루토리서치의 이상민 대표는 내수 시장에 의존했던 SOOP이 세계로 시장을 확장한 만큼 가파른 주가 상승을 합리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SOOP은 해외 게임 위주의 인터넷 방송과도 차별점이 존재하고, 광고 사업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사업적 업사이드(upside·상방)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