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초대형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에도 한도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IMA를 통해 고객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에 제한을 두겠다는 얘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무한대로 예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도 자기자본비율(BIS) 등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라 IMA도 비슷한 규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이같은 추측대로 금융위는 한도 규제 등을 담은 IMA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의 가장 큰 고민은 IMA와 발행어음의 차별화다. 고객이 맡긴 돈을 굴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발행어음과 IMA는 기능이 유사하다. 다만 IMA는 발행어음과 달리 원금을 보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없다. IMA가 간판만 있는 제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금융위가 세부 규정을 다듬어 자격을 갖춘 증권사가 IMA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도록 유인하고 고객에겐 IMA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3월 안에 제1호 IMA 사업자를 지정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한도 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구체적인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발행어음의 발행 총량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안에서만 발행할 수 있다. IMA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몇배 수준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발행어음과 IMA는 모두 정부 차원에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열어줘 국내 증권사를 키우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증권사는 자기 신용으로 찍는 만기 1년 미만 어음인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채권 등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고객과 나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금융위로부터 허가를 받아 발행어음업을 영위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1년에 이 사업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번다.
IMA는 자기자본 요건이 8조원 이상이라 발행어음보다 덩치가 큰 증권사만 가능하다.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곳뿐인데, 규제가 없어 아직 IMA 허가를 받은 증권사는 없다.
발행어음이 ‘어음’이라면 IMA는 ‘계좌’다. 유형 차이만 있을 뿐 고객 돈을 받아 증권사가 투자한 뒤 약속한 운용 수익을 지급하고, 남은 건 증권사가 갖는 구조는 동일하다. 두 상품 모두 5000만원 한도인 예금자 보호를 받지 않는다. 손실이 날 수 있지만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진다. 다만 국내에서 발행어음 손실이 난 사례는 없다.
금융위가 고심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IMA와 발행어음에 차이가 없으면 증권사가 투자가 필요한 새 사업에 발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최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만 발행어음 한도 대비 잔액의 비율 95%를 넘겼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한도의 절반도 소진하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처 규제가 과도해 어음 발행을 자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성장성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엔 투자 한도가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절반 이상은 기업금융관련자산(대출채권, 어음, 증권 등)에 투자해야 한다.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 기업 채권은 유통시장에서 사면 기업금융관련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부동산 관련 투자는 30%로 제한된다.
업계에선 IMA가 순항하려면 발행어음보다 완화된 투자처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IMA의 사업성이 발행어음보다 유리한지 모르겠다”며 “발행어음과 차별화할 수 있는 IMA만의 특성이 부각돼야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A 사업을 하겠다는 증권사가 나와도 고객 수요가 없다면 관련 시장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금리나 원금 보장 측면에서 발행어음보다 강점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가 IMA를 취급할 이유가 있도록, 투자자 입장에선 IMA에 투자하는 의미가 있도록 세부 내용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