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카드사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금리가 올해 들어 더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변함없지만 카드사 이자율은 역주행 하고 있는 것이다. 취약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주요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18.14%로, 지난해 상반기 말(17.47%)에 비해 0.67%포인트 올랐다. 현금서비스는 고객의 신용카드 한도 중 카드사가 지정한 만큼의 한도 내에서 현금을 빌려주는 단기카드대출이다. 현금서비스 최대 이용 한도는 통상 신용카드 총한도의 40%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우리카드의 평균금리가 19.16%로 법정 최고금리(20%) 수준에 가까웠다. 이어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가 각각 18.71%, 18.49%로 높았다. 그 외에 ▲신한카드 17.84% ▲하나카드 17.90% ▲삼성카드 17.88% ▲비씨카드 17.7% ▲현대카드 17.4% 순이었다.
카드론도 6개월 전보다 금리가 더 상승했다. 주요 8개 카드사 카드론 평균금리는 14.6%로 지난해 상반기 말 14.2%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은 카드사 또는 카드사와 업무 제휴를 맺은 은행에서 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본인의 신용도와 카드 실적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롯데카드가 지난해 6월 말(13.44%) 대비 2%포인트 가까이 오르면서 가장 높은 15.42%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15.32%로 높았다. 이밖에 ▲신한카드 14.66% ▲하나카드 14.60% ▲KB국민카드 14.48% ▲삼성카드 14.08% ▲비씨카드 14.07% ▲현대카드 14.04% 순이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통상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릴 수 없을 때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신용점수 700점 이하 고객들은 더욱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 금리가 더 오르고 있음에도 이 대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금융 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등의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실제로 현금서비스 이용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나 있다. 지난달 말까지 현금서비스 연간 누적 이용금액은 약 52조1107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달 전인 10월 말에 비해 약 9조원이나 늘었다. 카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 카드론 이용금액은 42조785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4027억원 늘었다. 1년 전인 2023년 말과 비교해도 3조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에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금리는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채권 시장이 미리 반응하면서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에 써야 할 비용도 축소됐지만,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금리는 이 영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수수료 인하 등으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실적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져 회사별로 취급 규모가 늘고 있다”면서 “다만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리스크 관리 지표 또한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살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