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1억원을 수익이 출렁이는 추이가 다른 자산 A, B, C에 10년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3개 자산 모두 10년 단순 평균 수익률은 5%이다. 자산 A는 해마다 손실 없이 5% 수익률을 기록한 결과, 10년 후 원리금은 1억 6300만원으로 불어났다. 자산 B는 첫해 20% 올랐지만 그 다음 해 10%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한 결과, 10년 후 원리금은 1억4700만원으로 계산됐다. 자산 C는 첫해 30% 상승했고 다음 해 20% 하락해 급등락을 이어간 결과, 10년 후 원리금은 1억2200만원으로 산출됐다.
자산 A의 수익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10년 후에 가장 양호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자산 B의 경우 상승기에는 자산 C보다 덜 올랐으나 하락기에 덜 떨어진 영향으로, 10년 후 원리금이 C를 앞질렀다. 20년 후에는 A가 2억6500만원, B가 2억1600만원, C가 1억4800만원으로 계산돼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은퇴 자산과 같이 오랜 기간 자금을 운용할 때에는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떨어질 때 손실을 줄이는 것이 자산을 늘리는 데 더욱 중요함을 시사한다.
◇우량 채권이 안전
예금은 원금을 손해보지 않는 대표적인 금융 상품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지면, 예금의 실질적인 가치는 떨어진다. 최근 10년간 예금금리와 소비자물가를 비교해 보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3차례에 달했다. 그 외의 시기도 실질금리는 0~1%대에 불과했다.
안전성을 중시하면서 은행예금보다 수익을 내고 싶다면 채권을 살펴보자. 은행예금은 이자소득이 전부지만 채권은 이자소득과 더불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도모할 수 있다. 채권은 발행한 기관이 파산하지만 않으면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고 만기에 액면가를 돌려받는다. 만기 이전에 매도하면 채권 가격에 따라 시세 차익 혹은 시세 차손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등급이 낮을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하이일드 채권’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이다. 채권의 신용등급은 AAA가 최고 등급이고, AA, A, BBB, BB, B, CCC, CC, C, D 순이다. AAA부터 BBB까지 투자등급으로 분류되고, BB부터 D가 투기등급이다. AA~B 등급은 +, 0, - 등의 부호를 부가해 동일 등급 내에서의 우열을 나타낸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을 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의하면, 2023년 기준 10년 차 평균 누적 부도율은 투자등급 채권이 1.1%에 그치지만 투기등급은 13.4%에 이른다. 투기등급 중에서도 B 이하 등급은 부도율이 17.8%에 달한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나,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에 투자해야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LB가 하락 방어 견고
주식에 투자하고 싶지만 주가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싶지 않을 때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LS는 국내외 주가지수 혹은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하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수익 구조대로 만기 지급액이 결정된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가연계증권에는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이 있다. 원금 보장형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원금과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원금 보장형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로 불리며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반면 원금 비보장형은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서 원금의 100%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금 비보장형이 보장형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수익률은 더 높지만, 원금 보장형이 하락 방어력은 더 견고하다.
◇손익 차등형 펀드로 손실 보전
펀드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금융자산 운용 결과 책임을 투자자가 지게 된다. 그러나 손익 차등형 펀드는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막강한 기능을 갖고 있다.
손익 차등형 펀드 투자자는 선(先)순위 투자자와 후(後)순위 투자자로 구성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선순위 투자자가 되고, 후순위 투자자는 금융지주나 계열 회사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증권 펀드를 보면, 선순위 투자자가 전체의 85%이고 후순위 투자자는 15%다. 후순위 투자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혹은 산하 계열회사가 된다. 펀드 손실 발생 시 마이너스(-) 15%까지는 후순위 투자자의 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손실을 메워준다. 손실이 15%를 넘어서면 선순위 투자자도 일정 비율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기준 수익률 10%까지는 선순위 투자자가 가져가는 대신, 기준 수익률을 상회하는 초과 수익은 후순위 투자자가 더 많이 갖게 된다. 이러한 손익 차등형 펀드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사모투자 재간접형)로, 손익 차등 구조나 기준 수익률은 펀드마다 상이하므로 꼼꼼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또 폐쇄형 펀드로 중도 환매와 추가 매수가 불가하고, 사전에 정해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해산한다는 특징도 있다.
무엇보다도 펀드에 손실이 발생해 후순위 투자자 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원금이 보전됐다면, 손실을 메워준 만큼이 선순위 투자자의 배당소득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선순위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원금을 되찾았을 뿐이지만, 손실 보전금액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