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동안 TR 투자해서 노후 준비하려고 했는데 속상하네요.”(40대 회사원 최모씨)

정부가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의 이자·배당에 대해 매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TR ETF는 매년 이자·배당이 발생해도 분배하지 않고 전액 재투자하다가 나중에 팔 때 한꺼번에 세금을 내는 상품이다. 가령 투자금 100만원에 대해 배당금이 5만원이라면, 다음 해에 원금과 배당을 합쳐져서 105만원으로 운용된다.

그런데 정부는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의 이자와 배당 수익에 대해서도 매년 세금(15.4~49.5%)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대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주식형 TR ETF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래픽=김현국

◇장투 하던 연금 가입자들 날벼락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주식형 TR ETF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한다. 대부분 미국의 주요 지수인 S&P500이나 나스닥지수에 연동된다.

TR ETF는 장기 투자할수록 복리 효과가 극대화되어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연금 가입자들이 선호한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의 연금계좌 잔고 상위 ETF에도 TR ETF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주식형 TR ETF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초부터 ‘나스닥100 TR ETF’에 투자해서 95% 수익을 거두고 있는 50대 회사원 황모씨는 “노후 준비에 최적의 상품이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는데 소비자 선택을 막는 행정에 아쉽다”면서 “TR ETF가 관리하기도 편하고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도 좋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인 이모씨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왜 국내주식형 TR ETF는 허용해 주느냐”면서 “침체된 한국 증시를 살리려고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한국 주식은 박스권이라 TR로 투자해봤자 별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면 TR 유리

연금 가입자들은 장기 투자할수록 TR ETF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사라진다면서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일반 ETF와 TR ETF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 차이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2015년 1월~2025년 1월) 동안의 코스피200 ETF와 코스피200 TR ETF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코스피200 TR ETF가 70%로, 코스피200(38%)보다 월등히 높았다.

물론 일반 ETF에 투자하더라도 매년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최종 금액으로 따지면 수익률 차이는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년 받은 배당금을 다시 투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배당세와 거래 수수료 등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두 상품의 수익률이 완전히 같아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내 TR ETF는 어떻게 되나

TR ETF의 매력은 가입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이자‧배당이 자동 재투자되고, 세금은 먼 미래에 매도할 때 내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변경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해외 주식형 TR ETF의 장점은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해외주식형 TR ETF 투자자는 매년 이자·배당 등 수익을 받고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제도 변경 전처럼 TR ETF의 복리 효과를 챙기려면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투자자 본인이 부지런히 재투자해야 한다.

현재 운용 중인 해외주식형 TR ETF는 앞으로 월 배당 혹은 분기 배당 등으로 운용 방식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7일 “해외주식형 TR ETF는 7월 이후 분배형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털리턴(TR)

토털리턴(Total Return)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보유 기간 중 받은 이자·배당은 자동 재투자하고. 환매 시점의 총수익 누계액에 대해서 세금을 내는 방식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