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측정기를 만드는 코넥스 상장사 유엑스엔이 최대주주 에스디바이오센서로부터 조달한 자금 일부를 상환하기로 했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인 유엑스엔은 새 제품 개발을 앞두고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최대주주의 자금 회수를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이 사안을 두고 법적 소송까지 벌이던 양측이 합의하면서 유엑스엔 주가는 다소 반등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엑스엔은 지난 2021년 10월 최대주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상대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의 일부가 행사됐다고 밝혔다. 62만1118주(약 135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엑스엔은 당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상대로 사채를 발행했는데, 채권자가 사채 만기일 이전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BW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유엑스엔 지분은 기존 33.03%에서 25.22%로 낮아졌다. 양측은 남은 BW 물량에 대해서는 앞으로 3년간 조기상환을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1년 9월 유엑스엔에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다. 상환전환우션주(RCPS) 102만2495주(1주당 1만9560원), 82만8157주(1주당 2만1735원)에 해당하는 BW가 포함됐다.
그런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돌연 유엑스엔에 BW 풋옵션을 행사했고, 유엑스엔이 이를 거부하자 196억원 규모의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2023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한 뒤 작년 3분기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보유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작년 3분기 기준 3426억원으로, 전년 동기(4824억원) 대비 약 30% 급감했다. 소송 전 유엑스엔의 주가는 당초 계약한 가격보다 낮은 1만2000원대에서 횡보 중이었다.
반대로 유엑스엔은 2022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백금 기반 무효소 방식의 연속 혈당측정기(CGM)인 ‘AGM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이 절실했다. 또 과거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향후 BW 풋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충격에 유엑스엔의 주가는 하락 곡선을 그리며 작년 11월 20일 7940원으로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갈등이 이어지는 듯했으나, 이번 협의 과정에서 유엑스엔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관련 BW의 75%는 조기상환하고, 나머지 BW는 향후 3년간 풋옵션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가격은 1주당 2만1735원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RCPS의 경우 에스디바이오센서가 1대 1 비율로 전량 보통주 전환하기로 했다. 계약 당시 가격인 1주당 1만9560원보다 현 주가가 60%가량 낮지만, 이번 합의로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주가는 16일 1만1900원을 기록하며 작년 11월 저점 대비 50%가량 회복했다.
최대주주가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유엑스엔은 AGMS 개발을 위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엑스엔 측은 당장 추가 자금이 필요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BW 상환 전에도 보수적으로 2026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지속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최근 RCPS 보통주 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잔여 BW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일부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추진 중인 코스닥 이전 상장 작업도 2026년 품목허가를 받으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엑스엔 관계자는 “기업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허가 이후로 시간을 두고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