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미국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연 3%대의 낮은 이율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도 부진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15일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에 의뢰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잔고 기준 상위 ETF 15개를 뽑아봤더니 이 중 14개가 미국 주식·채권 시장에 연동되는 상품이었다. 특히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에 연동되는 ETF가 상위권에 위치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는 아무래도 안전하게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표 지수형 ETF에 자금을 넣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상품명에 TR이 붙은 상품은 배당이나 이자를 자동 재투자하기 때문에 퇴직연금에서 장기 투자하면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장기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최근 성과는 부진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최근 3개월 동안 8% 넘게 하락했다.
퇴직연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것이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펀드 유입액의 90% 이상이 퇴직연금 자금으로 이루어진 ETF도 등장했다. 신한자산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SOL 미국배당 미국채혼합50’은 미국 다우존스 배당주와 미국채 10년물에 반반씩 투자하는 혼합형 상품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4%. 신한운용에 따르면, ETF 순자산 2100억원 중 90%에 해당하는 약 1800억원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