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월 2일 18시 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법원에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대형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번 가처분의 승패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MBK-영풍 측이 이번 가처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절반에 가까운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고도 주총에서의 승리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MBK-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의 승인을 전제로 이사 선임안을 상정한 것이 명백히 법에 위배된다며, 이번 가처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2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MBK-영풍 측은 현재 기존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외에 법무법인 태평양과 한누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홍승면 변호사를 선임했다. 홍 전 부장판사는 앞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에서도 MBK-영풍 측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태평양에서는 업무집행변호사(MP)를 맡고 있는 김성수 변호사, 적대적 M&A 및 주주총회 전문 안영수 변호사, 마찬가지로 주주총회 및 주주행동주의 전문 배용만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세종에서는 오종한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자본시장 전문 정성구 변호사, 가처분 항고 전담재판부 판사 출신 이원 변호사 등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누리에서는 서정 대표변호사가 합류했다. 서 변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을 대리한 인물이다.

최 회장 측이 기존과 같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만 선임한 것과 달리 MBK-영풍이 초대형 변호인단을 꾸린 것은 이번 가처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MBK-영풍이 문제 삼는 의안은 제1-1호 의안 통과를 전제로 한 2, 3호 의안이다. 제1-1호 의안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며, 2, 3호 의안은 1-1호가 가결된다는 조건하에 상정한 이사 선임안이다.

MBK-영풍은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안을 올린 것이 상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에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최 회장 측 주주(유미개발)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하려면 그 시점(지난달 10일) 기준으로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가 정관상 허용되고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게 MBK-영풍 측 주장이다.

이번 가처분의 승패는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K-영풍은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청구할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명백히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승인을 전제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는 조건하에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MBK-영풍은 이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는 달리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MBK파트너스 고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이사의 정원을 늘린다든가 하는 정관 변경이라면, 가결을 전제로 같은 날 주총에서 다음 안건들(이사 선임안)을 상정하는 게 가능하다”며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청구 조건이 상법에 명확히 적혀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승인되고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면, 최 회장 측은 원하는 복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상황에 이사 후보가 N명일 경우, 소수주주는 지분을 100/(N+1)% 이상 갖고 있으면 원하는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이사 선임을 확실시할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 올라온 이사 후보가 21명이라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원하는 후보 1명을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4.5%로 추산된다.

따라서 지분이 여러 명에게 분산돼 있는 최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원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나눠준다면, 해당 후보들의 선임은 확실시된다. 고려아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최씨 일가 측은 52개 주주로 파악된다. 경원문화재단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17.5%이며, 의결권 기준으로는 19.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