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주가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모기업 AK홀딩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항공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 투자자들은 이미 벌써 두 번째 원금 회수에 나섰던 상황이다. 나머지 잔여 물량도 되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빌린 주식담보대출 역시 반대매매 위기에 처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주식 50.37%를 가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제주항공 주가는 2015년 1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6920원을 기록했다. 올해 제주항공 주가는 얼어붙은 증시 상황에 더해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지난 29일 참사가 겹치면서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제주항공 주가에 먹구름이 끼면서 모회사인 AK홀딩스가 더 난처해진 모습이다. 그동안 제주항공 주식을 활용해 마련한 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2022년 9월 AK홀딩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제주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13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당시만 해도 이 결정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덕분에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AK홀딩스는 자회사 제주항공 주식 830만5648주(10.3%)를 담보로 걸었으며, 한국투자·대신·메리츠증권 등이 이를 매입했다. 만기는 오는 2027년 9월까지로, 만기 이자율은 3%로 책정됐다. AK홀딩스는 이로 인해 얻은 현금의 85% 수준인 1098억원을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재투입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발동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제주항공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도 주가가 교환가격(1만5050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자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금 회수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를 부정적으로 내다볼수록 AK홀딩스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3개월마다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AK홀딩스는 첫 번째 풋옵션 행사일이었던 지난 9월 6일 원금 413억원에 약 6.15% 이자를 더해 438억44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3개월 뒤인 두 번째 풋옵션 행사일인 11월 6일, AK홀딩스는 원금 50억원에 약 6.96% 이자를 더해 53억478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게다가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상당수를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상황이다. AK플라자 등 부실한 자회사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AK홀딩스는 보유한 제주항공 주식 약 4324만주(지분율 53.6%) 가운데 약 2670만주를 담보로 총 1540억원을 대출받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AK홀딩스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출별 담보유지비율은 120~180% 수준이다. 일부 대출계약은 이미 담보유지비율을 하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KB증권에 제주항공 지분 9.7%를 담보로 빌린 500억원 대출계약의 담보유지비율은 180%다. 이날 장 중 주가(약 7000원) 기준으로 보면 담보에 잡힌 주식 평가액은 540억원 수준으로 담보비율이 1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만약 제주항공 주가가 계속 하락해 차주가 추가로 증거금을 요구하면, 담보를 또 제공하거나 기존에 받은 주담대를 일부 상환해야 한다.
AK홀딩스의 올해 9월 말 별도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26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말 49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4%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235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유동비율도 지난해 말 55.28%에서 27.29%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69.2%에서 78.7%로 늘어났다. 통상 기업의 순차입금비율은 2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이후 부실해진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AK홀딩스의 다른 부실 계열사까지 돕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나마 일부 투자자는 추후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EB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 상황에선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AK홀딩스는 자금 조달과 관련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K홀딩스 관계자는 “반대 매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회사채 등 자금 조달 방법이 다양해 (제주항공 주가가 떨어져도) 크게 문제가 될 이슈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