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상장지수펀드)의 시장 규모가 올해 170조원을 넘어섰다. ETF는 공모펀드 대비 낮은 수수료, 쉬운 거래, 분산 투자 효과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올해 수익률 상위 ETF들은 해외 주식형이 대다수였다. 미국 S&P500(25.9%), 일본 닛케이평균(17%) 등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였는데, 국내 코스피는 거꾸로 8% 넘게 빠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하반기 이후 높아진 국내외 불안정성에 대응해 단기 채권 등에 투자하는 파킹형 ETF나 미국 지수 추종형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ETF, 올해 49조원 폭풍 성장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의 운용 규모인 순자산총액이 20일 기준 170조2000억원으로 17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121조1000억원에서 49조원쯤 급증했다. ETF 종목 수도 지난해 말 813개에서 20일 933개로 120개 늘었다.
최근의 ETF 증가는 국내보다는 해외 주식이 이끌었다. 예컨대 국내 ETF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순자산 총액은 지난 3개월 동안 3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해외 주식은 7조100억원쯤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는 AI 반도체 등 테마형 ETF와 해외 지수와 연계된 월 배당 ETF 등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해외주식형이 수익률 상위 싹쓸이
ETF 수익률 상위권도 해외주식형 상품이 휩쓸었다. 2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933개(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제외)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20개 중 19개가 해외주식형이었다. 게다가 수익률 1~18위가 해외 주식형이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는 ‘KODEX 미국서학개미’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올 들어 각각 96.28%, 84.22%의 수익률을 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큐나, 팔란티어·앱러빈 등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을 담아 수익률을 높인 ETF들도 상위권에 있었다.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와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는 각각 86.04%, 85.29%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수익률 상위 20종목 중 국내 주식형 ETF는 단 1종목뿐이었다. ‘HANARO 원자력iSelect’가 58.64%의 수익률을 거뒀다. 20위 밖으로 ‘SOL 조선TOP3플러스’(58.04%), ‘TIGER200 중공업’(58.02%), 'PLUS K방산’(53.12%)이 수익률이 높았는데, 조선업이나 원전 산업 등 미국발(發) 정책 수혜를 받은 테마들만이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올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승인 재개,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 심화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원전주 역시 향후 인공지능(AI) 업계의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거뒀다.
올 들어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ETF들은 이차전지 관련 국내 기업을 담은 ETF들이었다.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은 각각 올 들어 -54.65%, -5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파킹형·지수형 ETF에도 자금 몰려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 들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불거진 8월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와 트럼프 리스크,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파킹형이나 지수추종형 ETF 상품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올 초 이후 각각 3조8300억원, 3조1700억원의 자금이 모이면서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이 상품들은 단기채권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에 투자해 변동성이 낮다. 올해 20% 이상 오른 미국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인기였다. ‘TIGER 미국S&P500′과 ‘KODEX 미국S&P500TR’에 각각 3조3500억원, 1조9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월배당 상품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에도 1조4000억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