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규모가 1년 만에 5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해외주식형과 테마형 ETF를 중심으로 투자자가 몰린 영향이다. 다만 한정된 유동성 안에서 ETF 출시와 상장폐지가 반복되는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최한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ETF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22년 80조원에서 2023년 120조원을 증가한 데 이어 이달 170조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올해만 162개 ETF가 신규 상장하면서 이날 기준 929개 상품이 국내 증시에서 거래 중이다.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해외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형 ETF 보유금액은 국내주식형 ETF의 3배 가까이에 이른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서 변동률이 큰 레버리지·인버스형과 테마형 ETF들이 출시된 것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은 신규 ETF, 최근 1개월 수익률이 좋은 ETF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성장통도 겪고 있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 인하와 함께 신규 ETF를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큰 일부 ETF로 자금이 쏠리고, 소규모 ETF는 자진 상장폐지 수순에 접어든다. 국내 ETF 시장 자진 상장폐지 사례는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50여개로 늘었다.
자진 상장폐지로 ETF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의도치 않는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ETF 상장폐지에 따라 이익을 보면 의제배당에 해당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 규모가 크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잦은 ETF 상장폐지가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병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ETF는 장기 투자를 위한 상품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5년 뒤, 10년 뒤에도 ETF가 유의미하게 거래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가 죽은 ETF들을 리브랜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 규정상 기초 지수 변경에 따른 변경 상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하면 사전 공시를 조건으로 기초지수 변경이 가능하다. 김 연구위원은 “ETF의 본질적 특성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금융당국의 승인절차를 받는 기초지수 변경 절차를 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가 더 다양한 기초지수를 바탕으로 한 ETF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추종 지수가 한정돼 같은 지수를 활용한 비슷한 ETF가 많아지면 상장폐지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후발 자산운용사가 대표 지수형 ETF로 부딪히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담은 ETF를 선보이면 경쟁 속에서 시상이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TF 시장의 유동성 측면에서 유동성공급자(LP)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중헌 미래에셋증권 패시브본부장은 “LP는 ETF들의 호가가 촘촘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LP가 역량을 키우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