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2024사업연도 결산 배당과 관련해 이른바 ‘선(先)배당·후(後)투자' 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에 배당락일(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이 덜 몰려 시장에 주는 충격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픽=손민균

선배당·후투자는 이사회를 거쳐 결산 배당금이 확정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기준일을 연말이 아닌 이사회 이후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결산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일을 연말(12월 31일)이 아닌 정기 주주총회 전후인 2~4월로 옮기는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선배당·후투자 계획을 공시한 코스피시장 상장사는 98곳(우선주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곳을 넘어섰다. 이날 오전에도 현대건설, 오뚜기, 롯데웰푸드, 코리안리, 한섬, 휴스틸이 배당기준일을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하는 등 선배당·후투자 기업 수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는 배당기준일이 이사회보다 앞서 투자자가 배당 규모는 물론 배당 여부조차 모른 채 주식을 매매해야 했다. 선배당·후투자로 바뀌면 투자자가 기업의 배당 여부와 규모,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 ÷ 주가) 등을 따져보고 주식을 살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깜깜이 배당’을 피하자는 취지로 배당절차 개선을 유도하면서 기업들은 관련 정관을 고쳐왔다. 2023사업연도 결산배당 때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선배당·후투자를 도입했다.

올해 결산배당에선 제조·서비스 기업도 선배당·후투자에 나섰다. HD현대그룹이 대표적이다. 배당 여부와 규모를 향후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HD현대그룹은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기준일을 매 결산기말(12월 31일)에서 이사회가 정하는 날로 정관을 수정했지만, 그동안 배당기준일을 연말로 잡아 왔다.

이밖에 GS그룹과 LX그룹(LX홀딩스)을 비롯해 강원랜드, GKL## 등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수정, 2024사업연도 결산배당부터 선배당·후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기준일을 2025년 1분기 열리는 이사회에서 정하기로 했다.

선배당·후투자 기업이 늘면서 연말 배당락에 따른 충격도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을 배당기준일로 설정한 코스피시장 상장사는 배당락일에 전일보다 주가가 평균 0.43% 내렸다. 연말이 아닌 날을 배당기준일로 선택한 코스피시장 상장사는 배당락일에 0.1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개선된 배당기준일 제도(선배당·후투자)를 시행하는 기업이 증가한다면, 배당기준일이 연말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 배당락 효과로 특정일의 주가 낙폭이 커지는 양상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말을 배당기준일로 정하는 회사도 여전히 많다. 앞서 셀트리온은 보통주 1주당 750원의 현금과 0.05주의 주식 배당을 결정했는데, 배당기준일은 오는 31일이다.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2거래일)을 고려할 때 오는 26일까지 셀트리온 주식을 사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배당기준일이 연말인 기업과 선배당·후투자 기업, 중간 배당을 시행하는 기업까지 다양해 시차를 고려한 투자를 노려볼 수 있다. 배당 규모가 큰 기업은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스프레드·Spread)를 고려한 투자도 가능하다.

다만 고배당 종목이 대체로 선배당·후투자를 채택한 만큼 배당금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는 1~2월을 노려보라는 조언도 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과 금융, 자동차 업종의 고배당주식들이 배당기준일을 연말 이후로 설정한 만큼, 1~2월에 배당 플레이 더 매력적”이라며 “보통 배당기준일 2주 전 공시하는 만큼 배당주 투자자들은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