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는 연인. /챗GPT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 같이 살고 싶어서.”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은 사람. 연말에는 이렇게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지난 10월 11일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이런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입니다. 트레바리는 2015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비전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입니다. 트레바리를 경험한 회원수는 10만6973명 지난해까지 90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MZ세대에게는 결혼정보회사 ‘듀오’보다 커플 성사율이 높다며 ‘듀레바리(듀오+트레바리)’로도 불립니다. 저도 지난 8월부터 ‘직장일들을 위한 해피아워-성공과 자유를 누리고 싶은 직장인들의 영양가 있는 대화’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으며 사랑에 빠지는, 독서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힙해 서른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트레바리의 한강 북클럽 /트레바리 제공

<1>적당한 거리감이 더욱 친해지는 ‘고슴도치 딜레마’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들이 모여 체온을 나누고 싶었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적절한 거리를 지키면서 체온을 나누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에서 기원했습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거리유지(예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서는 ‘반말’과 형·누나·오빠 같은 ‘사적 호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허물없는 관계 속 더욱 친해진다고 믿는 사람이지요. 그러나 고슴도치의 딜레마처럼, 서로 쌓인 친분의 시간이 적은 상태로 강제되어지는 거리감 없음은 오히려 사람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듭니다. ‘저 사람 뭐지? 나랑 안지 얼마나 됐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트레바리에서는 모두를 ‘ㅇㅇ님’으로 부릅니다. 존댓말도 필수입니다. 자기소개 때 자신의 나이를 공개해도 되지만,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공개 후 모임에서 가장 막내라고 그를 반말로 부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클럽 활동을 하다 친해져 개인적으로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깍듯이 예의를 차려 서로를 대하는 것이지요. 이런 점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2>지적인 매력을 발산할 판을 깔아줘라

모임에 참가할 때 조건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함께 보기로 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입력해야 모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회비도 30만원대로 싸지 않지만, 책을 읽고 독후감을 미리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더욱 가치있어 보이는 것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만약 모임 참여가 쉽고, 가격이 저렴했다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귀찮음과 지적 힘듦이 돈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 조건이 까다롭고, 진입 장벽이 높다보니 참여자들은 더욱 더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토론의 진행을 돕는 것은 ‘클럽장’입니다. 책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고 함께 대화합니다. 그런데 이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상황, 신념 등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지적 대화에는 자신의 가치관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괜히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호구조사나, 뻘쭘한 ‘밸런스 퀴즈’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지요.

<3>다양한 경험 속에 싹트는 사랑

갤러리 BHAK에서 열린 연누리, 사우스빅, 숏핑거 협업 전시를 함께 관람한 트레바리 모임 /이혜운 기자

트레바리 클럽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도 즐깁니다. 모임 외 벙개로 미술관을 가기도 하고,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13일에는 제주에서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와 김한균 파파레서피 대표가 함께 ‘제주 웰니스 독서 모임’도 열렸습니다. 제주에서 요가와 명상, 트레킹을 하며 책 모건하우절의 ‘불변의 법칙’과 이종건의 ‘좋은 삶의 기술’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요.

책을 읽는 사람은 매력적입니다. 최근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지적 능력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전문 용어로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이라고도 합니다. 인텔리전스 저널에 따르면, 인구의 1~8%가 사피오섹슈얼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사피오섹슈얼까지는 아닐지라도, 똑똑한 연인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독서모임은 이런 지적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모임인 것이지요. 올해 연말 책 한 권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자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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