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 이어 국내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널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자산가들 사이에선 보험금을 달러로 받는 달러보험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달까지 판매한 달러보험은 94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까지 연간 판매액(5693억원)보다 60%나 증가했다. 이달 판매액까지 추가되면 달러보험 판매 증가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연금보험 상품이다.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에 가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화보험은 대부분 달러로 설계돼있어 외화보험을 달러보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러보험 상품은 10년간 유지하면 높은 환급률이 보장되는데, 고환율이 유지되면 여기에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채권으로 운용되는 상품의 경우 금리인하 시기에는 중도 해지하더라도 환급률이 올라갈 수도 있다. 아울러 보험금 수령 시점의 환차익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달러보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시작됐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다. 이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9일 143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자산가들은 앞으로도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최근 달러보험은 완전한 대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루 종일 달러보험 상담만 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대비해야 한다. 1400원이 넘는 수준의 높은 원·달러 환율 상황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경우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기 시점이나 중도 해지 시 환율이 크게 하락해 환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여러 정책 변동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환율이 널뛰기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 상품은 30년 이상 장기보험이 많은 만큼 단기 환차익을 노리고 가입하기엔 부적절한 상품이다”라면서 “가입 전에 이런 리스크를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