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9일 17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국내 1, 2위 렌터카 업체를 모두 품게 됐다. 지난 8월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롯데렌탈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어피니티가 향후 롯데렌탈을 자진 상장폐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매수한 값의 2배 이상 가격에는 되팔아야 하는데,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폐한다면 주식 매수 단가도 낮추고 배당을 늘려 인수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 전체 기업가치는 2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가격이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어피니티 측은 지금으로선 자진 상폐 계획이 없으며,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가치 판단은 향후 결과를 보고 얘기할 문제”라고 밝혔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지난 6일 롯데렌탈의 경영권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56.2%이며, 거래대금은 1조6000억원이다. 전체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본 셈이다.
이번 매매 거래는 예상보다 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매각설이 처음 나오고 롯데그룹이 사실상 시인한 게 지난달 22일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2주 만에 매각 대상을 찾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입찰 절차도 없이 매각한 것이어서 업계에선 “롯데가 굉장히 급했던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이 체결되기까지 어피니티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고 한다. 어피니티는 지난 8월 SK렌터카를 인수했을 때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PE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는 업계 2위 SK렌터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롯데렌탈을 무조건 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을 다른 PE가 인수하기라도 하면, 어피니티가 보유한 SK렌터카는 매각할 시 ‘2순위’ 매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피니티 입장에선 1, 2위 업체를 모두 인수해 볼트온(B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양사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듯 “향후 3년간 롯데렌탈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되팔기 전에는 두 회사를 합칠 가능성이 크다. SK렌터카만 따로 판다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만큼, 하나의 ‘메가 렌터카’ 기업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합친다는 전제하에, 합병 법인의 전체 기업가치(에쿼티 밸류 기준)가 3조6200억원을 넘어야만 어피니티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앞서 SK렌터카 지분 100%의 매각가가 82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허들은 더 높아진다.
원금의 2배 이상 가격은 인정받고 매각해야 “그래도 잘 팔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3년 뒤 7조원 넘는 기업가치에 되판다면, 매년 약 25%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해야 하는 셈이다.
어피니티 입장에선 리스크를 낮추려면 롯데렌탈을 자진 상폐하는 편이 낫다. 이번 딜이 무사히 성사된다면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지분 56.2%를 가져가게 되며, 롯데 측이 5%를 보유하게 된다. 그 외에 국민연금과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들이 각각 5.8%, 2.8%, 28.4%씩(9월 말 기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롯데렌탈 잔여 지분 43.8%의 시장 가격은 4741억원 수준이다. 이날 주가가 11% 넘게 떨어지며 시총이 1조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피니티가 인수한 값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이다. 만약 어피니티가 이 가격에 롯데렌탈 잔여 주식을 공개매수해 자진 상폐한다면 주당 인수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으며, 동시에 배당금을 대폭 늘려 투자금을 조기에 일부 회수할 수도 있다. 다만 실제로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어서 현재 가격에 잔여 지분을 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어피니티 고위 관계자는 “(자진 상폐 계획이)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지분 5%를 안 팔고 놔두기로 한 이유 중 하나도 향후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지금으로선 공개매수 및 자진 상폐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도 “어피니티가 또 다른 포트폴리오인 락앤락의 잔여 지분도 공개매수해 자진 상폐한 이력이 있지만, 롯데렌탈은 락앤락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커서 (공개매수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락앤락 공개매수에 투입된 비용은 약 1150억원 수준이었다.
한편 롯데렌탈 지분 5%를 팔지 않고 들고 가기로 한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은 어피니티 측과 풋옵션이나 태그얼롱 등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분 5%를 어피니티가 반드시 되사줘야 한다든가, 어피니티가 경영권을 다른 곳에 되팔 때 롯데 측이 자기 지분을 같이 팔아달라고 요구할 권한 등이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