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중국 증시의 3배 수익률로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하루에 24% 상승 마감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FTSE 차이나 불 3X(티커명 YINN)’란 상품이다. 올해 상승률 89%로, 강심장 한국인들이 즐겨 매수하는 상품이다. 메이퇀, 텐센트, 알리바바, 중국건설은행, 샤오미 등 중국 대형주에 투자한다. 중국 정부가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날 하루 거래량은 평소의 5배를 넘어섰다.
‘바이 차이나(Buy China)’ 흐름은 10일 열린 한국 증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날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로 자금이 몰리며 상승세를 보였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 ETF가 9.1% 상승해 마감했고, KODEX 차이나H레버리지 ETF도 7% 넘게 오르며 장을 마쳤다.
◇中, 14년 만에 통화정책 완화
다음 달로 다가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중국은 지난 9일 내년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내수 살리기’로 설정하고,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14년 만에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9일 열린 중국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14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에서 ‘적절히 완화’로 바꾸었다“며 “내년도 부진한 내수 상황과 대외 금리 인하 사이클을 고려해 적극적인 완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해석되면서 유동성 공급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수식어로 부양 의지를 강조했는데, 처음으로 차오창구이(超常規·파격적인) 같은 단어도 사용했다“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 안정화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9일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11∼12일로 예정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다.
◇중국 ETF, 1년 수익률 최대 50%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가 44개 상장돼 있다. 같은 중국에 투자하는 ETF라도, 구체적인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진다.
1년 수익률이 47.6%로 가장 높은 상품은 미래에셋운용의 ‘차이나CSI300레버리지 ETF’다. 이 상품은 ‘중국판 S&P500′인 CSI300 지수 움직임의 2배로 움직인다. CSI300 지수는 중국 본토 A주 중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크면서 유동성이 높은 30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마오타이, 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텔레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차이나H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면서도 1년 수익률이 44%를 넘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로 구성된 HSCEI 지수에 투자한다. 대부분 국영기업으로, 금융과 에너지 업종 비율이 높다. 최근 1년간 HSCEI 지수는 33% 상승했는데, 차이나H ETF는 환노출형 상품으로 환차익이 더해져서 추가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중국 투자, 앞으로의 전망은
중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 증시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 효과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는가 하면, 반등은 일시적일 뿐이며 트럼프 재집권 시기에 추세적인 상승장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중국 옹호론자는 중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 데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대책을 계속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랠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된 데다 4년 이상 지속된 부동산 위기, 급증한 지방정부 부채,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어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는 10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증시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과 추가 재정·통화 부양책으로 하방이 지지될 것“이라며 “실적 성장 동력이 가시화한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선 두 가지 거시 경제 위험 요인인 디플레이션, 부채와 정부 정책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5%로 설정되었지만 수요 둔화와 부동산 침체 환경을 감안한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