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노자운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대립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주주환원책을 무기로 본격적인 표 대결에 준비 나섰다.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카드를 꺼내든 한편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제고해 ‘잘못된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이그니오 등에 투자하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는 바람에 기업가치가 3조4000억원 가량 깎였다는 주장을 통해 주주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MBK는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기더라도 최 회장 측 인사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MBK-영풍과 최씨 일가를 ‘주요 주주’로 통칭하며, 주요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서로 견제하며 오로지 기업가치 제고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다소 누그러진 메시지를 냈다.

◇“액면분할·자사주 전량 소각 추진할 것”

MBK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MBK와 영풍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을 40% 가량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에는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안,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 12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올린 상태다. 집행임원제도 도입 안건도 상정했다. 집행임원제도는 회사 경영을 집행임원에게 맡기고 주요 주주들은 경영진에서 물러나 이사회까지만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김광일 부회장은 “유통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유상증자가 아니라 주식 액면분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는 공개매수 이후 급격한 주식 유통량 감소에 따른 주가 불안정을 해소하겠다면서 일반 공모 유증을 시도했지만, 그 실질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MBK는 향후 이사회에 입성하게 되면 5대1 혹은 10대1 액면분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액면분할은 10대1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액면가가 5000원이기 때문에 10대1로 분할하면 500원이 된다. 주가는 현재 150만원대에서 등락 중인데, 분할 시 15만원대로 낮아지고 주식 수는 10배 늘어나게 된다. 현재 MBK에서 추정하는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에 불과하다.

두번째로 MBK는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4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9.85%가 응했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2.41%)까지 더하면 총 12.26%다. 최 회장 측은 일찌감치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고, 이 사실은 MBK-영풍이 냈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은 이번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아직 소각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이를 지적했더니 나(김 부회장)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그럴 게 아니라 당장 소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소각 권한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에게 위임된 상태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배당정책 공시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정례적으로 배당 원칙과 기준, 절차 등을 명시한 배당 정책을 결의해 공시하겠다는 것이다. 배당정책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로 자기자본비용, 자기자본수익률(ROE) 등이 있는데, 이를 검토한 후 평가 및 개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정기 주총에 제출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의 자기자본수익률은 5~6% 수준이다. 일정 수준의 자본을 갖고 창출하는 이익이 지난 3년 간 점진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자기자본비용에 주가수익이 못 미치게 되면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자기자본수익률을 올리려면 본업을 열심히 해서 이익을 늘리거나 자기자본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이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BK는 고려아연의 총주주수익률(TSR·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TSR은 과거 30%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마이너스(-)5% 수준이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체제에서 하지 않았어야 할 잘못된 투자 때문에 기업가치 2조5000억원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로 9000억원까지 투입하며, 총 3조4000억원 가량의 주주가치 훼손이 있었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이런 것들을 없앤다면 회사의 본질적인 기업가치는 14조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 고려아연 시가총액은 10조원대에 불과했다.

MBK 측이 지적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투자’란 이그니오홀딩스, 원아시아파트너스, 정석그룹 등에 대한 투자를 가리킨다. MBK는 고려아연이 설립된 지 4개월 도 안 됐던 원아시아파트너스에 900억원을 약정해준 걸 시작으로 3~4년 간 8개 펀드에 5000억원 이상을 출자한 게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와 최윤범 회장의 친분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원아시아 펀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시세 조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으며,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에도 투자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를 통해 정석기업 지분 480억원어치를 샀는데, 현재 한진 오너들이 콜옵션을 들고 있어 실제로는 다 대출”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이 같은 투자를 집행하는 동안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검토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MBK 측 주장의 골자다.

◇ “최 회장 측 안건, 수용할 건 수용하겠다”

그 외에도 MBK는 분리선출 사외이사를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 소수주주들의 참여와 경영 감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제도 도입도 이와 맞물려있다. 김 부회장은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로 지정해 소액주주 면담, 주주 IR 참석 등 주주권익 보호를 전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BK 측에서 고려하고 있는 인물은 현재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천준범 변호사다.

아울러 MBK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정식으로 만들어 최대주주 뿐 아니라 주요 주주들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를 모두 위원회에서 철저히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대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를 이사회에서 심의할 의무가 없다는 게 MBK 측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공정거래법보다 기준을 높여서 주요 주주 및 그들의 특수관계자들의 모든 특수 거래를 내부거래위원회에서 철저히 심의한다면, 원아시아 같은 투자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안건을 이번 임시주총에는 올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이미 임시주총 안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주들이 투표할 때 혼동할 수 있다”며 “일단 이사회에 입성해서 검토한 뒤 (오늘 발표한 안건들을) 내년 정기주총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을 향해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라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 1대주주(MBK-영풍)도 같이 들어가자는 것이다”라며 “이건 적대적 M&A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뛰어난 전문 경영진이 있으니, 이들이 주요 주주에게서 벗어나 역량을 발휘하게 하고 주요 주주(MBK-영풍, 최 회장)들은 이사회에서 서로 견제하자”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임시주총에서 MBK-영풍이 승리해 이사들을 원하는 만큼 선임한다 하더라도 최씨 일가가 2대주주라는 사실 만은 변하는 게 없다며, 이들의 도움 없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오늘 올린 안건들에 대해선 최 회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대주주(최 회장) 측이 다음주나 다다음주 정관 개정안 등을 발표할텐데, 우리도 그 안건들 중 수용할 만한 것은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