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사옥 전경. /KB금융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가운데 KB금융의 낙폭이 유난히 크다. 주요 금융지주 대부분 외국인 비중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KB금융의 외인 지분율이 특히 높은 까닭이다. 한국 정치 혼돈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의 이탈에 KB금융 주가는 4일 약 6%에 이어 5일에도 10%가량 빠졌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전장보다 9600원(10.06%) 하락한 8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5.5%, 3.25% 내렸는데, KB금융의 낙폭이 가장 컸다. KB금융 주가는 전날에도 5800원(5.73%) 추락했다. KB금융이 8만원대로 미끄러진 건 11월 15일(종가 8만9600원) 이후 처음이다.

금융지주 주가 급락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달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불거진 대통령 탄핵 가능성 등 정치적 혼란 상황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4일에 이어 5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KB금융 주식 약 248만주를 순매도했다.

KB금융은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각, 현금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한 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에만 약 8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KB금융의 외국인 비중은 1월 2일 72.01%에서 이달 3일 78.14%로 커졌다. 신한지주(61.09%)와 하나금융지주(68.29%)의 외인 지분율도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지주 주가 급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월 14일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을 때도 외국인은 KB금융 주식을 이후 사흘 간 194만주 처분한 바 있다. 이 기간에도 KB금융 주가는 5만5300원에서 4만9800원으로 10% 가까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윤 정부가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이 금융지주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지주 주가 급락이 다소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차질로) 내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올해 수준을 유지하고 배당총액만 완만하게 증가한다면 총주주수익률(TSR)은 6%대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전 KB금융의 배당수익률이 4~5%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