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2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중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상법은 대형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도 일괄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법 개정이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 내에 상법을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했다. / 뉴스1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비(非)계열사뿐 아니라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모든 합병에 대한 외부 기관의 평가·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또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는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를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 이번 주 중 의원 입법으로 국회 제출

금융위원회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법인 상법 개정이 비상장 중소·중견기업 다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 대상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크게 네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상장사가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 등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 규정된 네 가지 행위를 한다면 해당 이사회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해 그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추후 관계부처와 논의해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 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비계열사 간 합병을 합병가액 산식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계열사 간 합병으로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합병 시 기준가격 적용을 배제하고,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하게 산정한 가격으로 가액을 정하겠다”고 했다.

모든 합병 등에 대한 외부 기관 평가·공시도 의무화한다. 현재는 상장 계열사끼리 합병할 때는 외부 평가와 공시가 선택사항이다. 앞으로는 이를 의무화해 모든 합병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겠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는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를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한다. 금융위는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물적분할 후 상장된 유망 사업부문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금융위는 한국거래소 세칙을 개정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5년)을 삭제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기간 제한 없이 상장사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해 충분한 보호 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빠른 시일 내에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 “정기국회 내 반드시 상법 개정”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서둘러 국회에 제출하려는 건 거대 야당의 상법 개정 추진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이정문 의원은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다수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주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지배경영권 남용을 방지하고자 이번 정기국회 내에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일반적인 손익 거래에선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지만, 합병·분할 등 재무적 거래에선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한 주주 보호 노력 조항을 두면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은 2464개다. 상법을 개정하면 적용 대상이 비상장법인까지 확대된다. 국내 비상장법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2만8496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