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리츠가 올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구주주(기존 주주)에 이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했지만, 무더기 실권주가 나왔다. 이번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의 절반 이상을 인수하면서 한화리츠 4대 주주가 됐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리츠가 이달 15일 마무리한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0.116대 1에 그쳤다. 청약 대상인 총 2439만4240주 가운데 281만9120주만 청약이 이뤄졌다. 최종 실권주 2157만5120주는 인수단이 떠안았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인수 비중이 51.12%라서 한화리츠 신주 약 1102만9201주를 받는다. 한화리츠 신주 발행가(3520원) 기준 388억원어치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 후 한화리츠의 발행주식 수(1억7960만주) 기준 지분율 6.14%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이어 한화리츠의 4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3·4대 주주였던 코람코주택도시기금 펀드와 교보생명보험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 유상증자 인수단으로 참여한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하나증권 등도 최종 실권주의 11~13%가량을 나눠 가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장 현재 주가로는 평가 이익을 보고 있다. 한화리츠의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보다 이날 오전 11시 41분 주가(3615원)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는 29일 신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다. 인수단이 따로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지 않은 만큼 매도 물량이 곧바로 나올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별도로 대표 주관 수수료로 7억6736만원과 인수 수수료로 10억1422만원을 받았다. 이를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한화리츠 주가 3400원 선만 유지하면 차익을 낼 수 있다.
한화리츠는 앞서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화리츠는 신주 1억900만주를 발행해 약 47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역대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기본 발행주식 수(7060만주)의 1.5배 수준의 신주가 나온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유상증자 조달 자금은 3837억원에 그치게 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860억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한화리츠는 유상증자 청약 과정에서 인기도 부진했다. 올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맥쿼리인프라,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롯데리츠 등이 모두 기존 주주의 청약률이 100%를 웃돈 것과 달리 한화리츠는 77.62%에 그쳤다.
한화리츠는 한화빌딩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고 리파이낸싱(차환)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화리츠는 또 유상증자 이후 연간 270원의 현금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 ÷ 주가)은 현재 주가 기준 7%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