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석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15조원가량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지난 8월 말 이후 두 달여간 2500~2600 초반대를 오가는 가운데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가 코스피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5조63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은 3조3220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16조573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집중된 종목은 반도체 업종이었다. 외국인은 이 기간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를 16조409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HPSP 등을 포함한 KRX 반도체 지수는 같은 기간 21%가량 급락했다.

이 기간 한국 증시에 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에 동의하면서 그 기대감으로 코스피는 2580선까지 올랐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770억원, 273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같은 날 코리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12종목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그러나 미 대선 직전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주요 수출 기업들에 관세 부과 등 ‘트럼프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증시 상승력이 제한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이익 추이와 연관성이 높아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나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 반등과 같은 변화가 있어야 주가 반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