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판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11일 22% 넘게 급락했다. 일차적으로는 이 회사가 지난 8일 장 마감 후 이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이수페타시스가 시설 투자라는 호재성 정보는 장중에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려놓고서, 유상증자 소식은 장 마감 이후에 공개해 손해를 끼쳤다”고 반발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8일 오후 4시 55분쯤 대구시와 맺은 신규 시설 투자 관련 공시를 냈다. 정규 시장은 끝났지만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시간 외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장에선 시설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이날 오후 4시 50분 3만1650원이던 주가는 공시 직후인 오후 5시쯤 3만3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수페타시스는 모든 장이 종료된 이후인 이날 오후 6시 44분쯤 “시설 자금과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을 위해 550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8일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 2조80억원의 27.3%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이수페타시스는 공시 당일인 8일 오전 9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시설 투자, 유상증자 관련 사안을 모두 논의했다. 이 때문에 호재성 정보는 장중에, 악재성 정보는 장 마감 이후에 선택적으로 공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은 종목 토론방 등에서 “유상증자가 아닌 ‘도둑증자’”, “이수페타시스 같은 기업이 밸류업 종목이라니 기가 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9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수에 포함돼서 이 같은 엇박자 공시가 “정부의 밸류업 노력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목표 주가를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업 다각화라고 얘기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 공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수페타시스는 행정절차상 시간이 필요해 일부 공시가 늦어졌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