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 대출이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1년 사이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년 동안 4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0%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외면해온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준다는 것을 내세워 2017년 출범했다. 중·저신용자란 신용 평점 하위 50% 고객을 말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내주기를 꺼린다. 그런데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확장세가 가파르자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별다를 바 없이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동안 47% 늘어난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
17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주택담보대출(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8월(23조4000억원)보다 11조원(47%)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8월 568조7000억원으로, 인터넷은행의 16배가 넘는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인터넷은행이 훨씬 빠르다. 5대 은행은 지난해 8월 515조원에서 1년 만에 10.4% 늘었다. 심지어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디딤돌 대출이나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자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데도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이 작년 8월 4조1000억원에서 올해 8월 7조7000억원으로 87.8% 급증했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19조3000억원에서 24조9000억원으로 29% 늘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9월부터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개시했다. 이 대출 잔액은 8월 기준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고 60%에 달한다. 그래서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은행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가계대출(14조63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7조1600억원(49%)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체 가계대출(41조1440억원) 중 61%인 24조9870억원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대출이었다.
◇인터넷은행 “대환대출 영향”
인터넷은행은 “올해 1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의 대상이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이 서비스는 금융 당국이 지난해 5월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처음 도입했다. 작년에는 신용대출만 대상이었는데, 올해 1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인터넷은행은 그간 통상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 앱을 찾아서 직접 들어가 대출 신청을 해야 했다. 그런데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 대출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고, 소비자의 선택이 쏠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실행된 카카오뱅크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62%가 대환대출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중 67%가 대환대출이었다.
또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도 충실하게 제공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현재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30%(평균 잔액 기준)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1, 2분기 인터넷은행 3사는 모두 이 목표를 달성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올 2분기(4~6월)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은 각각 32.4%, 33.3%, 34.9%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