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성모(32)씨는 최근 예비 신부와 서로 지금까지 모은 돈을 공개했다. 둘은 3년 넘게 연애를 했지만, 서로 재산 상황에 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예비 신부가 ‘마이데이터’를 통해 서로 솔직하게 재정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각자가 쓰는 앱으로 자신의 전체 금융 정보를 끌어왔고, 서로 자신의 예금, 대출 상황 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성씨는 “요즘은 금융사 앱을 통해 감추는 것 없이 자산을 공개할 수 있으니 결혼 후 재정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이처럼 ‘마이데이터’를 이용해서 예비 배우자끼리 재산 정보를 공유하는 게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예금, 대출, 카드 사용액, 투자 현황 등 여러 회사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 플랫폼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본인이 동의하면 은행, 카드사, 핀테크 기업 등의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29)씨는 “남자 친구와 내년쯤 결혼하자는 얘기가 나와 최근 마이데이터로 주택 청약 등 상황을 보여줬다”며 “카드 결제 내역 등도 보여줘야 해 괜히 부담스러웠지만, 보고 나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상금 통장을 몰래 만들어 둘까 하다가, 그냥 마이데이터 연결해서 앞으로 재무 상황을 다 공유하기로 했다”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과거엔 모은 돈이 얼마나 있는지, 혹시 결혼 전 받아둔 대출 등이 있는지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봐야 했다. 알려주고 싶어도 투명하게 한 번에 정리해서 보여줄 수단도 없었다. 예비 배우자가 비상금 통장이나 대출 내역 등을 마음먹고 숨긴다면 알아내긴 어려웠다.
그런데 2022년 1월 마이데이터가 출시된 후 새 풍속도가 생긴 것이다. 이 서비스로 앱으로 한 번에 모든 금융 정보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자산 관리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예비 부부들 사이에선 서로의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단으로 새로운 쓰임새를 찾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