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보다 훨씬 몸집도 크고 튼튼한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은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란 신용 평점 하위 50% 고객을 말한다. 금융 거래 이력이 비교적 적은 전업주부, 사회 초년생 등이 대부분 중·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크다. 하지만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시중은행들이 앞에선 취약층을 포용하자는 ‘상생’을 내세우지만, 뒤에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인터넷은행으로만 떠넘겨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시중은행 몸집, 인뱅 13배인데...중·저신용자 대출은 비슷

9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13조1416억원,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곳은 9조6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당 중·저신용대출 평균 잔액은 시중은행이 3조2854억원, 인터넷은행이 3조2061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자산은 약 496조원, 인터넷은행 3곳은 약 39조원이다. 평균 자산으로 본 시중은행 몸집은 인터넷은행보다 13배나 큰데, 중·저신용대출 규모는 비슷한 것이다.

가계대출 중 중·저신용대출 비율은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의 반 토막 수준이다.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은 84조5986억원으로, 이 중 중·저신용대출은 15.5%(13조1416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 신용대출 31조4065억원 중 중·저신용대출은 30.6%(9조6184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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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은 줄이고, 인터넷은행은 늘리고

시중은행은 중·저신용대출을 줄이는 반면, 인터넷은행은 늘리고 있기도 하다. 4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은 2021년 말 18조107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조1416억원으로 줄였다. 반면 3대 인터넷은행은 2021년 말 3조736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조6184억원으로 늘었다. 시중은행이 5조원 이상 줄이는 동안, 인터넷은행에선 6조원 늘어난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문턱이 다소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대출을 두고 고민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생활이 팍팍해진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제때 못 갚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81%에서 올해 6월 2.44%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1% 초중반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신용이 낮은 취약 계층은 시중은행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액(2322억원)은 시중은행(1746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인터넷은행만의 몫?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은 2017년 출범할 때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30%(3년 기준)로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인터넷은행만의 몫이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자본력과 이익 창출 능력이 충분한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은 16조659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5조3365억원)보다 8.6% 늘었고,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인터넷은행 3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400억원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대기업 대출도 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대출도 많기 때문에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여력이 있다”며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는 것은 금융권이 같이 고민해야 하지, 인터넷은행들만 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