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가가 2일 장 중 저가 66만4000원에서 고가 74만원까지 11.4%를 널뛰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감일을 앞둔 가운데, 고려아연이 ‘백기사’와 함께 최대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주식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3.63%(2만50000원) 올랐다. 고려아연 거래대금 규모도 5470억원에 달해,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번째로 컸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오전 장 중 70만원 선 밑에서 횡보했으나,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이 알려지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오전 자사주 취득·소각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자사주를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75만원보다 높은 83만원에 사들인 뒤 소각하는 것이 골자다.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족쇄가 풀렸다.

고려아연은 발행 주식 수 대비 지분율 최소 5.87%(121만5283주)에서 최대 15.5%(320만9009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같은 기간 베인캐피탈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도 백기사로 나선다.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주식을 최대 51만7582주(지분율 2.5%)를 공개매수한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최대 18%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 2조6635억원, 4296억원을 투입한다. 총 3조931억원 규모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금융기관에서 1조7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기간 중 응모주식 수가 취득예정주식 수를 넘어서면 고려아연과 SPC가 취득 예정주식 비율 대로 안분해 매입한다. 응모주식 수가 최소 기준(지분율 5.87%) 미달하면 고려아연과 SPC 모두 1주도 사지 않는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가 마무리될 예정인 오는 4일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이며 흥행에 공을 들여왔다. 법적 분쟁도 변수다.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소각 안건에 찬성한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를 적대적·약탈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영풍과 화해할 의사도 밝혔다. 그는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영풍그룹 안에서 고려아연은 핵심 계열사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신사업 추진 등을 두고 두 집안 간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