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재즈 클럽 ‘코튼 클럽 사운즈 한남’. 한 남자가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곡은 북아일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게리 무어의 ‘스틸 갓 더 블루스(Still Got the Blues)’.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기타의 선율, 이제서야 가을이 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에티엔 루. 그는 기타리스트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 와인 ‘오르페우스 앤 더 레이븐(Orpheus & the Raven·O&R)’의 오너입니다. 최근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가 와인바가 아닌 재즈클럽으로 달려가 기타를 잡게된 것은 그는 와인을 만들 때 재즈 음악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슈냉 블랑의 영감은 게리 무어의 곡에서 받았습니다. 그는 “게리 무어의 감성적이고도 강렬한 블루스 리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O&R의 고급 와인 라인인 ‘이터널 8 에잇’은 스팅의 ‘프래자일(Fragile)’에서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비는 내리리고/ 별이 떨어뜨리는 눈물처럼.”
스팅의 시 같은 가사는 가을비를 표현한 듯합니다. 그는 “이 곡은 영원한 사랑과 헌신의 서약을 담고 있다”며 “이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는 것은 그저 미각을 만족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와인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가을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음악업계에서는 “찬바람을 타고 재즈 음악이 들려올 때”라고 말합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스물 두 번째 이야기는 ‘음악 산업으로서의 재즈’입니다. 뉴스레터 뒷 부분에는 이번달 꼭 가야할 재즈 공연도 추천해드릴께요!
◇경연 프로도 없고, 신인 스타도 없고!
국내에서 재즈는 비인기 장르로 분류됩니다. 그 현상이 이상할 정도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간 각종 장르의 서바이벌 음악 경연 프로그램 열풍이 불 때도 재즈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비인기 장르로 구분된 밴드(슈퍼밴드), 오페라(펜텀싱어) 등도 나타났는데 말이지요. 트로트의 경우에는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같은 경연 프로그램으로 비인기 장르에서 다시 초인기 장르로 올라섰습니다.
그 이유로 방송업계에서는 ‘즉흥성’을 듭니다. 재즈의 가장 큰 미덕이 ‘즉흥 연주’인데, 어떻게 이를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재즈라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경연 프로그램을 열지 못하는 이유라고도 합니다. 어떤 기준을 두고, 누가 심사를 해야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순위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지요. ‘대국민 투표’를 할만큼 청취자 층이 탄탄하지도 않고요.
아직 세계적인 스타가 탄생하지 않은 것도 대중성을 갖지 못한 이유로 지목됩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조성진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임윤찬을 탄생시킨 것처럼, 한국의 재즈 아티스트가 미 그래미어워드에서 ‘베스트 재즈 연주 앨범’ 등을 수상한다면 ‘재즈 붐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지요. 국내 젊은 재즈 아티스트들 중에는 세계 무대에 내놔도 전혀 뒤지지 않을 실력자들이 많거든요.
재즈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일단 많이 들어야 스며들기 마련인데, 국내 재즈클럽은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이웃나라 일본은 지방 도시를 가더라도 인기 있는 재즈바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음악인들은 도쿄를 ‘재즈의 도시’라고도 부릅니다.
그래도 가을마다 개최되는 재즈 페스티벌을 가면, ‘아직 국내에서 재즈를 향한 애정은 여전히 뜨겁구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구국제재즈축제>
당장 오는 3~5일에는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 특설무대에서 ‘대구국제재즈축제’가 열립니다. 티켓 가격은 무료. 시카고 출신의 재즈 기타리스트 ‘팀 피츠제럴드 트리오’와 버클리음대 출신 아티스트 신현칠을 중심으로 이뤄진 ‘신현필 퀄텟’ 등이 출연합니다.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오는 10월 12~13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2024′가 개최됩니다. 에디 고메즈 트리오, 질베르토 질, 몬티 알렉산더 등이 공연합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10월 18~20일에는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유럽 재즈 기타의 전설인 비렐리 라그렌, 포크 서정주의 재즈 보컬 노마 윈스턴, 영국의 스팀 다운 등 전 세계 재즈 스타들이 총출동합니다.
<웅산 위드 모스틀리 오케스트라>
그리고 10월의 마지막날인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재즈 가수 웅산의 콘서트가 열립니다. 매년 실망시키지 않는 그의 공연, 올해는 KBS 관현악단 박상현 지휘자가 이끄는 ‘모스틀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일본 인기 기타리스트 지로 요시다, 영국을 대표하는 트럼펫 연주자 데이먼 브라운, 한국을 대표하는 아코디언 정태호, 베이시스트 황호규, 기타리스트 최우준, 피아니스트 강재훈, 재즈 드러머 신동진 등이 함께 합니다. 올 가을, 재즈에 흠뻑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에티엔 루 오르페우스 앤 더 레이븐 대표처럼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지도 모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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