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한국투자증권 제공

최근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금리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하며 연내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르는 데, 이때 잔존 만기가 긴 장기채일수록 금리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표면금리가 낮은 ‘저쿠폰 장기 국채’는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채 투자 급증

한국투자증권은 작년부터 잔존 만기 15년 이상의 장기 국채와 미국 장기 국채를 추천하는 등 전략적인 채권 상품 공급에 나섰다. 시중금리가 고점을 찍은 2023년 하반기 채권에 투자한 한국투자증권 고객의 평가 수익률은 최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의 채권 투자 고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저쿠폰 장기 국채 위주로 채권을 사들였다. 가장 많이 판매된 채권 종목은 ‘국고채권 20-2(30년물)’로, 이 기간 2조원이 넘게 판매되며 전체 채권 판매액의 약 4.8%를 차지했다. ‘국고채권 19-6(20년물)’도 1조원 가까이 판매됐다.

해외 채권 중에서는 ‘T 1.375 08/15/50′ ‘T 1.25 05/05/50′ 등 미국 국채 30년물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 T 1.375 08/15/50의 경우 만기일이 2050년 8월 15일이고 표면금리가 1.375%인 상품으로 지난해 연초 이후 1조원 넘게 팔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2%에 불과했던 미국채 장기채 비율은 2023년에는 68%로 크게 뛰었다. 특히 작년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의 금융 자산 중 44%가량이 국채 및 장기 채권에 투자됐다. 현행법상 채권은 이자소득에만 과세가 이뤄지고 매매 차익은 비과세이기 때문에 시세 차익과 절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 상품에 관심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8월까지 한국투자증권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미 국채 규모는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8개월 만에 작년 연간 판매액(7300억 원)의 네 배 넘게 판매된 셈이다.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상승했다. 예를 들어 작년 10월 20일 국고채권 20-2를 매수한 경우, 올해 8월 30일 기준 세전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27.1%에 달한다. 10월 말 매수 기준 국고채 19-6의 수익률은 18.4%, 미국채 T 1.25 05/05/50의 수익률은 23.7%다

한편,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브라질 채권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양국 간 맺어진 조세 협약에 따라 발생한 이자가 비과세 처리되는 데다 브라질 환율 역시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로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뿐 아니라 환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채도 추천

향후 글로벌 경기는 대체적으로 둔화 또는 하락세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외 중앙은행들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이달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연 3.5% 수준의 기준 금리가 내년 연 2.5% 수준으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고금리 장기채인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과 보험사 후순위채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금융회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 채권의 경우 5년 조기 상환 옵션이 있어 일반적으로 발행자가 실제 만기와 무관하게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한다. 더불어 발행사가 파산 또는 청산 등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보다 보상 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다른 채권보다 추가 이자를 지급한다. 올해 발행된 금융지주와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쿠폰은 대체로 4~5%대를 기록했다. 다만 상품 특성상 발행사의 펀더멘털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

박상도 채권상품부 상무는 “과거 1% 아래의 저금리 시대도 있었던 만큼 장기채 투자 등 향후 금리 하락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를 대비해 국채·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보험사 후순위채 등 장기물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편, 자본 차익 목적의 장기 미국 달러 국채와 현시점 높은 수준의 단기 미국 국채 투자 등 바벨 전략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