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방산 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의 장갑차.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로이터 뉴스1

그동안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 관점에서 방위산업은 죄악시됐다. 방위산업, 무기제조 등은 ‘죄악주’ 불렸다. 무기는 살생과 전쟁을 목적으로 사회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방위산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방위산업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ESG펀드에게 방산이란, 적으로부터 나와 가족, 국가를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AI(인공지능) 열풍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석탄과 원전에도 돈이 들어가고 있다. 결국 ESG 펀드도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그동안 방위산업 투자를 꺼리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들도 방산업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투자 분석 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의 ESG펀드 가운데 약 3분의 1이 방산업체 주식 77억 유로(약 11조398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1분기의 32억 유로(약 4조7372억원) 규모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FT는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산업체들 주가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불매운동이나 학생 시위의 대상이 되어온 무기 제조업체의 주식을 사는 것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리걸 앤 제너럴의 소냐 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실제로 나라를 방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최우선으로 하게 만들었다”며 “아직 집속탄이나 지뢰 등 논란이 많은 무기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확립돼 있고, 방산업체들은 그들이 만드는 무기와 그 무기가 어느 국가에 판매되었는지도 개별적으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우리는 원칙적으로 방위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닝스타 분석에 따르면, 항공우주 및 방위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유럽 ESG 펀드 수는 지난 2년 동안 22개에서 66개로 세 배 증가했다. 아문디의 인덱스 솔루션 CAC 40 ESG펀드나 BNP파리바의 이지 CAC 40® ESG ETF 등은 관련주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유럽 주식 전략가는 “방산 분야가 ESG 펀드로서는 꺼리는 쪽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펀드매니저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 분야를 보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전체 ESG펀드(15조 유로)의 방산 부문 비중은 1% 미만이다. 하지만 방산업이 과거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였지만 이제는 투자해야 한다고 느끼는 분야로 바뀌었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결국 ESG펀드도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지수는 주요 업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2022년 초 이후 1.8배 상승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 Lipper에 따르면, 방산 테마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보유액도 2022년 1월 58억 달러에서 2024년 7월에는 176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ESG 펀드도 항공우주 및 방위 분야 보유액이 2022년 2분기 7억7900만 유로에서 2024년 2분기 12억 유로로 증가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ESG 펀드 중 하나인 블랙록의 ‘iShares ESG Aware MSCI USA’에는 미국 방산업체 RTX와 노스롭 그루먼, 산업 대기업 ‘하니웰’이 포함되어 있다. RTX와 노스롭은 모두 미사일과 로켓 모터를 포함한 미 국방부의 주문으로 수혜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