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50원 가까이 하락(가치는 상승)하는 ‘원화 강세(달러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원화 강세 수혜주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원화 강세 수혜주로는 달러로 원자재 구입비나 설비 대여비 등을 지불하는 항공, 정유, 에너지, 식품주들이 대표적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이 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난다. 최근 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지속이 어려울 수 있어 단순히 환율 하락 여부로 투자 판단을 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원화 강세에 ‘항공, 정유·에너지’ 상승세
27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날보다 4.2원 상승한 달러당 133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급락세를 일부 되돌리긴 했지만, 한 달 전인 지난 7월 26일(1385.80원)과 비교하면 50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9일 1330원대로 떨어진 이후 1320원대 후반에서 1330원대 초반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 같은 원화 강세 속에서 항공, 정유, 식품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대여비, 항공유 구입비를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지면 구매 비용이 줄어든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5.2%가량 상승했고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5.7%쯤 올랐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항공사의 연료비는 예상치보다 2%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달러 결제 비율이 큰 정비 비용이나 리스료, 공항 관련비도 줄일 수 있고 비용 감소 효과는 3분기보다 4분기에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해외에서 구입하는 정유업이나 에너지 기업도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한 달간 4.6%가량 주가가 올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올라가면서 한국석유, 흥구석유 역시 지난 한 달간 각각 10.9%, 18.1%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각각 15.9%, 16.3%쯤 올랐다.
◇‘달러 인버스 ETF’ 수익률도 상승
달러 약세 상황이 지속되면서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달러 인버스 ETF’도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인버스 투자는 특정 기초 자산의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수익률이 움직이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즉,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다. ‘KODEX 미국달러 선물 인버스2X’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7.3%쯤이었다. 기관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이 ETF를 368억원가량 담으며 달러 가치의 추가 하락에 베팅했다. ‘RISE 미국달러 선물 인버스’ 또한 최근 한 달 수익률이 3.8%쯤이었다.
이 외에 밀·콩·설탕 등 제품 원자재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식품주나 외화로 자금을 많이 조달하는 금융주도 원화 강세의 수혜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 “달러 가치 하락 속도 완화될 듯”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상승, 달러 가치 하락의 속도도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등의 가능성 때문에 원화 강세 요인이 향후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 현재 원화 강세를 추동하는 요인들이 전부 환율에 반영이 되고 나면 환율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현재의 원화 환율 하락세만 보고 투자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부근에서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 환율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전규원 하나증권 연구원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기저 효과로 인해 4분기로 갈수록 낮아지고 수입 증가율은 두 자릿수대로 오를 것”이라며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이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