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8월 21일 8시 4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넥슨 지주회사 NXC가 고(故) 김정주 회장 유족들의 주식 6662억원어치를 자기주식(자사주) 형태로 취득했다. 김 회장 가족 입장에선 잔여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대주주 일가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완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NXC가 취득한 자사주를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NXC 측은 “소각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세금 문제와 관련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장 소각을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보다는 일단 보유 목적으로 매수하는 편이 일반적으로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과세당국이 “왜 일찍 소각하지 않았느냐”며 문제 삼을 소지도 있어, 대주주 일가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21일 금융투자 및 IT 업계에 따르면, 19일 NXC는 김 회장 부인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과 두 딸이 보유 중이던 지분 4.42%를 자사주로 취득했다. 유 의장 지분 2.12%, 김정민씨와 김정윤씨 지분 각각 1.09%씩이다. 주당 5188원에 샀으며, 총 6661억9108만원어치다.
NXC 같은 비상장사는 일반적으로 상속세및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라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상증세법을 토대로 추산한 NXC의 기업가치는 9조원이 넘는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지분 4.42%의 가격은 약 4000억원으로, NXC는 여기에 약 66%의 할증(프리미엄)을 붙여 유 의장 모녀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의 경영권 지분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NXC가 유 의장 모녀의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한 것은 이들의 상속세 납부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 의장과 두 딸은 김 회장 별세 이후 NXC 주식 196만3000주를 상속받았는데, 신고한 상속세만 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의장 모녀는 NXC 주식 29.3%를 정부에 물납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냈는데, 당시 평가 받은 지분 가치가 4조7000억원이었다. NXC의 전체 기업가치를 16조원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이번에 주식을 추가로 판 것은 나머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려면 배당가능이익, 즉 이익잉여금이 있어야 하는데 NXC에는 별도 기준으로 1조3000억원 가량의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다. 연결 기준으로는 5조원이 넘지만 이는 자회사 넥슨에 현금이 많아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납부가 거의 완료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물납한 지분 4조7000억원어치와 이번에 자사주 형태로 판 주식 매각 대금을 더하면 5조원대 상속세를 대부분 납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NXC에 지분을 매각하는 대가로 대주주 일가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다. NXC 입장에선 내야 할 세금이 없지만 대주주의 상황은 다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유 의장 등이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매각에서도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회사가 자사주를 팔지 않고 보유할 목적으로 취득했다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발생한다. 그렇지 않고 자사주를 소각할 목적으로 취득했다면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한 세법 전문 변호사는 “회사가 자본을 유상감자할 때, 주주가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대가를 받게 된다면 그 차액을 의제배당으로 봐서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며 “주주가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각한 후 소각하는 것도 실질적으론 자본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자와 비슷하게 보고 배당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소각보다는 양도의 경우가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다. 양도소득세는 다른 금융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주식 양도차익만 통산하지만, 배당소득세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NXC가 “소각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는 이 같은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측한다. 당장 소각하겠다고 하면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일단 보유하고 있거나 향후 제3자에게 팔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나중에 소각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올라가게 된다. NXC의 주주는 유 의장과 두 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뿐이다.
다만 과세당국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세법 전문 변호사는 “만약 절세를 목적으로 1년간 자사주를 들고 있다가 나중에 소각한다면, 과세당국은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 시점 간에 시간 차가 있으면, 회사가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바로 감자할 것도 아니면서 1년 빨리 대주주의 지분을 사줬다는 건, 대주주에게 대출을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지분을 자사주로 사는 게 NXC 입장에는 득이 될 게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NXC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얻게 됐다. 자사주를 사면 그만큼 자본이 줄어들므로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기준으로 NXC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8.7%에 불과했지만, 자사주 매입을 반영해 다시 계산하면 56.3%가 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2배가량 높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