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일본 도쿄방송(TBS)...
중국 대륙 중앙에 위치한 인구 1377만명의 우한(武漢)시는 요즘 전세계 언론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민의 발’이 되어 연중무휴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 로보택시(아폴로고)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각지의 기자들이 직접 우한에 찾아가 무인 택시를 직접 타본 경험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율주행 테스트 기지’로 출발했던 우한은 5년 만에 전세계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급부상했다. 미국이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자율주행 상용화에 제동을 건 사이, 중국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규제를 풀어 자율주행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한에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500대가 주택가·대학·공항 등 시내 곳곳을 달리고 있다. 인구 2만6000명당 1대꼴이다.
로보택시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가 운영하는데, 하루에 많으면 한 대당 20명 넘게 이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우한 시민들의 일상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로보택시의 이용 건수는 올해만 벌써 150만건이 넘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바이두는 주행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우한은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많아서 ‘중국의 디트로이트’란 별명이 붙어 있는 곳이다. 바이두는 지난 2022년 8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우한 일부 지역에서 처음 시작했다. 점점 활동 무대를 넓혀 지금은 전체 13구(區) 중 12구에서 무인 택시가 달릴 수 있는 ‘무인택시 천국’이 됐다. 우한에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 없이 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레벨4′의 자율주행도로가 있는데, 거리가 3379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아홉 차례는 오갈 수 있을 만큼 긴 거리다.
로보택시는 일반 택시처럼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도어 투 도어’ 방식으로 운영되진 않는다. 자율운행이 허가된 도로가 정해져 있고, 미리 지정되어 있는 승하차장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다. 이를 테면 ‘맞춤형 개별노선버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요금이 최대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단골 이용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로보택시는 일반 택시에 비해 비용이 40~50% 가량 싸다. 지난 3월부터는 중국 최초로 연중무휴 24시간 운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바이두는 지난 5월 개최한 ‘아폴로데이(Apollo Day)’ 행사에서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인 장링모터스(江鈴汽車·JMC)와 함께 이전 모델보다 50% 이상 저렴한 신형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최신 모델의 로보택시 1000대를 우한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중국 내 100개 도시에서 운영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해 온 바이두는 자율주행에 진심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로보택시 도로 주행 테스트 거리만 1억㎞를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우한에서 자율주행 사업 관련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5년에는 흑자 구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월가는 “무리한 투자로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시장 전망은 밝지만 전면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 등의 이유로 냉담하다.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바이두 주가는 최근 1년간 40% 넘게 하락했다. 8일 종가는 86.54달러.
그런데 요금이 저렴한 로보택시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인간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한 지역 택시 기사들은 로보택시 때문에 수입이 줄고 있다면서 로보택시 영업을 중단해 달라는 청원을 운송 당국에 제기했다. 우한의 한 택시 회사는 자율주행 무인택시에 대한 호출 건수 제한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우한의 한 택시기사는 지난 달 일본 T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택시가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수입이 줄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보택시 찬반 논쟁에 대해, 로이터는 8일 “우한을 비롯, 중국 전역에 로보택시 수천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 때문에 가장 먼저 실업 위협에 직면할 직업은 차량호출 서비스와 택시 드라이버”라고 지적했다.
안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로보택시가 교통 규칙을 너무 엄격하게 준수하다 보니 붐비는 도로 상황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무단횡단자 등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달 “중국은 정부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강력하게 지원해서 사고 관련 보도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엄청난 이슈가 되었을 테지만 중국에서는 공적인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인구 고령화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한국에선 자율주행차 산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는 있지만, 안전 우려 때문에 아직은 사람이 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무인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임시운행을 허가하면서 길이 열리고 있다. 이번에 임시운행 허가증을 받은 무인 자율주행차는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것으로, 일시적인 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만약 이 차량이 국토부의 단계적 검증 절차를 한 번에 통과한다면, 연말에는 한국에서도 첫 무인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