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상승세이던 미국 주식 시장이 이달 빅테크주 하락,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주춤한데, 국내 증시의 ‘미국 증시 동조화(커플링) 현상’은 최근 들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AI(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으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오를 때는 ‘디커플링(탈동조화)’되던 코스피가 하락장에서는 동반 하락하는 추세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美 상승장 같이 못 누리고, 하락장엔 같이 하락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는 0.722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월 (0.773) 이후 약 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과 1 사이에서 움직이는데, 1에 가까우면 같은 방향으로 동조화돼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계수가 0에 가까우면 서로 관계가 없고, -1에 가까우면 반대 방향으로 등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달 들어 나스닥이 2.11% 하락할 때, 코스피가 1.16% 하락하는 등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5월엔 나스닥이 6.88%, S&P500이 4.8% 오르는 등 미국 증시가 상승장을 보일 때, 코스피는 2.06% 하락했다. 5월 코스피와 나스닥의 상관계수는 0.452로 이달보다는 0에 가까워 상관관계가 낮았다.

◇하반기 동반 상승 가능성은 없나?

코스피가 올 상반기 미국 증시 흐름과 동조하지 못한 것은 연초 이후 나타난 엔비디아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서 SK하이닉스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중 2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체인에서 소외되면서 주가가 부진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나타난 미국 증시 하락 요인들은 AI 반도체 열풍과 달리 국내 증시에 전방위로 직접 영향을 미쳐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게 만들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 우려 등이 국내 투자 심리에까지 악재가 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오는 9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이제는 미국 증시와 코스피의 동반 상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코스피는 1.23% 오른 2765.53에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주 말 미국 뉴욕 3대 지수가 1% 이상 오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이 완화되며 커진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국내 증시는 금융, 부동산, 중·소형주 등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코스피 하락은 대형 기술주 실적 둔화 우려 때문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 이벤트가 있는 만큼, 이에 코스피 반등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2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6%포인트 내린 연 2.978%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대로 내려온 것은 2022년 4월 13일(연 2.999%)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