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업체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 비율이 2대 1에서 2.5대 1 사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양사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왔는데, 누가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될지도 큰 논점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벨리온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상장 주관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주관사 후보들은 합병 법인의 상장 직후 기업가치를 5조~7조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무려 10조원의 몸값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거론됐던 리벨리온만의 기업가치가 2조~3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관사 후보들이 제시한 몸값은 그 수준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

연내 합병을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로고./각사 제공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양사 합병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계약서 초안(드래프트)을 주고받고 있다. 당초 사피온 대주주인 SK텔레콤은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비율을 2대 1로 제시했으나 리벨리온 주주들의 반발이 컸고, 결국 2.5대 1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볼 것으로 전해진다.

리벨리온과 사피온, 별도로 상장을 추진 중인 퓨리오사AI는 모두 신경망처리장치(NPU)에 들어가는 AI 칩을 설계한다. 이른바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는 대용량 메모리 저장 장치에서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는 SSD컨트롤러를 만드는 회사로, 이들과 사업 영역이 다르다.

리벨리온은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업체 중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AI 반도체의 성능을 시험하는 ‘MLPerf(머신러닝과 퍼포먼스의 합성어)’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는 리벨리온이 연산 처리 속도 및 전력 효율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지원할 수 있는 칩도 리벨리온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 다만 AI 전용 반도체 칩 ‘워보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한 쪽은 먼저 창업한 퓨리오사AI여서, 두 회사 중 어느 쪽이 더 앞서나가는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는 있다.

사피온은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에 없는 강점이 있다. 바로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지분 62.5%를 보유하고 있어 상업적 측면에서 사피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SK텔레콤과 사피온 측은 이 점을 내세우며 합병비율 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해 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SK텔레콤이 합병법인 지분을 너무 많이 들게 되면 계열사로 편입돼서 SK그룹과의 내부거래를 늘리는 데 제약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SK텔레콤이 아닌 리벨리온 측 주요 주주들이 대주주가 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리벨리온 측 주장”이라고 전했다. 현재 리벨리온의 대주주는 박성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다. 지분 36%를 보유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합병 조건 협의와는 별개로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도 하고 있다. 지난 16~17일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사가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박성현 대표의 미국 출장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후보들은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를 5조~7조원, 높게는 10조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후보들이 선정을 노리고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보다 높은 몸값을 적어 내는 게 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과한 수준”이라며 “그만큼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 바라보는 가장 유력한 주관사 후보는 삼성증권과 KB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