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홍콩계 사모펀드(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조달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PE가 회사를 살 때는 인수대금 납입 시점에 에쿼티(지분) 출자금과 인수금융을 절반씩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단 에쿼티로 인수대금을 대부분 부담한 뒤 나중에 대출을 끌어오는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SK렌터카 인수대금 8200억원 대부분을 일단 에쿼티로 조달하고 KB국민은행과 KB증권으로부터 사후에 대출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을 쪼개서 일부만 먼저 조달하고 나머지는 연내 조달하는 식으로 속도 조절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두 기관 모두 투자확약서(LOC)는 쓴 상태다.
이는 대출 금리 등 인수금융 조건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큰 틀에서의 조건은 이미 정해져 있어, 대출 실행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사항은 거의 없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피너티가 펀드 파이낸싱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펀드 파이낸싱은 PE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으로, 펀드 퍼실리티(fund facility)라고도 한다. 향후 펀드에 납입될 출자금이나 펀드 포트폴리오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가능해졌으며 IMM PE가 지난 2월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를 인수할 때 최초로 사용한 바 있다.
외국계 펀드들은 이미 펀드 파이낸싱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인수대금 납입 시점에 캐피탈콜(펀드 LP들에게 출자를 요청하는 것)을 하지 않고 우선 펀드 퍼실리티로 100%를 조달해 납입한 뒤 나중에 에쿼티 50%, 인수금융 50% 등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PE 입장에서는 에쿼티를 그만큼 늦게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수익률(IRR)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PE가 포트폴리오를 인수한 후 오랜 기간 보유했다가 매각하면 연 환산 IRR은 낮아지지만, 반대로 매각 전까지 보유하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연 환산 IRR은 높아진다. 통상 펀드를 청산할 때 IRR이 8% 이상이어야 운용사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인수금융 금리나 펀드 퍼실리티 금리가 비슷하면 굳이 인수금융을 먼저 실행할 이유가 없다”며 “대다수 포트폴리오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어피너티 입장에선 IRR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게 절실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