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상장지수펀드(ETF)가 효자가 돼서 돌아왔다.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 톱10 인버스 ETF 얘기다. 지난해 KB자산운용이 이 같은 상품을 내놓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KB자산운용을 불매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익률만 놓고 보면 당시 운용사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다. 다만 이 상품은 2차전지가 장기적으로도 떨어져야 이익이 나서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픽=정서희

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STAR 2차전지 톱10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32.06%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02% 오른 걸 고려하면 시장을 크게 웃돈 것이다.

이 상품은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인버스 ETF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지난해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의 주식)에 오르자, 여의도에선 해당 기업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 산업이 떨어질 것에 베팅하는 상품을 내놓은 자산운용사는 그해 9월 전까지 없었다. 개인 투자자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당시 2차전지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등 핀플루언서(파이낸스와 인플루언서의 합성어)를 중심으로 모인 개인이 주된 투자자였다. 이 탓에 증권사 애널리스트조차 해당 산업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기 쉽지 않았다. 개인의 반발이 회사로 쏟아져서다.

오랜 침묵을 깨고 하나증권에서 에코프로의 첫 ‘매도’ 의견 리포트가 나오자,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리포트를 작성한 김현수 연구원이 공매도 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민원을 넣었고, 김 연구원은 금감원에 경위를 해명해야 했다. 지난해 말 김 연구원은 출근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붙잡혀 욕설을 듣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차전지의 가격이 높다는 걸 알았어도 자산운용사가 관련 상품을 출시하긴 어려웠다. 당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잡음이 큰 상품을 내면 회사가 시끄러워진다”며 2차전지 인버스 ETF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섹터형 인버스는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해당 산업이 안 될 거라고 마케팅해야 돼 애초에 성공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2차전지가 성장 초기 단계라 주가의 등락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업계 최초로 2차전지 역방향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순자산총액(AUM) 100억원으로 상장한 이 상품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몸집을 946억원까지 불렸다. 주식 테마형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수수료는 전체 868개 ETF 평균(0.30%)보다 높은 0.49%다. 수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가져오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수익률은 따뜻했다. 작년에 워낙 크게 오른 2차전지가 올해 들어서는 부진해서다. 2차전지 대장주로 한때 62만9000원까지 올랐던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달 상장 이후 최저가(32만6000원)까지 떨어졌고, 에코프로비엠도 지난달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주가(18만1500원)를 기록했다.

덕분에 2차전지의 정방향에 투자하는 타사의 ‘TIGER 2차전지 톱10 레버리지’, ‘KODEX 2차전지산업 레버리지’ 등이 반토막 날 때 KBSTAR 2차전지 톱10 인버스는 2차전지 ETF 중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전기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2차전지 인버스 ETF엔 호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석 연료의 부활을 예고해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지되고 생산·소비 보조금이 축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을 통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한국 2차전지 주요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KBSTAR 2차전지 톱10 인버스를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버스 ETF의 구조 때문이다. 인버스 ETF는 보유기간이 길수록 ETF의 누적 수익률과 기초지수의 누적수익률 간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1000으로 시작해 다음 날 975(-2.5%)로 떨어졌다가 곧바로 2.56% 상승해 1000을 회복한다면 정방향 ETF는 수익률이 0이지만, 인버스 ETF의 최종 수익률은 마이너스(-) 0.12%다. 기초지수가 975가 된 날 인버스 ETF는 2.5% 오른 1025지만, 다음 날 2.56% 내리면 998.8이 된다.

세금도 불리하다. 국내 상장 종목을 담은 2차전지 정방향 ETF는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역방향 ETF는 증권사와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운용사가 목표 지수의 수익률만 제공받는 구조라, 합성형이다. 합성형 ETF는 매매 차익과 과세표준 기준가격(과표기준가) 증가분 중 적은 금액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과표기준가란 ETF 수익 중에서 과세 대상이 되는 금액만 계산한 것이다.

금감원은 “인버스 ETF는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과 투자 손익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