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3일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8곳이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란 말 그대로 이더리움 현물에 투자하는 ETF다. 지난 1월 가상 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지 4개월 만에 시가총액 2위 가상 화폐도 공식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인정해준 것이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가 정식으로 미 증권 시장에서 거래되려면 SEC의 S-1(증권신고서) 승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식 ETF 출시까지는 3~4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TF는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다. 이 펀드엔 주식뿐 아니라 금·원유 등 원자재와 가상 화폐까지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다.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ETF를 사면 실질적으로 이더리움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해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SEC가 지난 21일 신청 서류를 수정하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인 기대감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가상 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상 자산 친화적인 행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을 가상 화폐 시장의 허브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이더리움 현물 ETF를 미국보다 먼저 승인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더리움 현물 ETF에 투자하려는 신규 자금이 상당 부분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승인 이후 첫 1년 동안 약 150억~450억달러 상당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더리움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ETF 승인 기대감이 이미 이더리움 가격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초 2200달러대였던 이더리움 가격은 ETF 승인 심사를 앞두고 3800달러를 넘었다가 24일에는 37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 들어 50% 넘게 올랐지만, 지난 1월 승인 직후에는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 화폐는 금리에 민감하다”며 “물가와 경기 관련 논쟁이 지속될수록 가상 화폐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