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한투자증권이 출시한 한국석유공사 KP물(코리안페이퍼)은 한 달여 만에 250만달러어치 물량이 완판됐다. KP물이란, 한국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투자 가능하다. 한국석유공사 KP물은 만기가 2025년 10월이고 수익률이 연 5%대로, 연 3~4%대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해외에서 발행되는 채권은 미국 금리(연 5.25~5.5%)를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한국(기준 금리 3.5%)에서 발행되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좋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KP물은 국내 우량 기업이 발행하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서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삼성증권에선 올해 KP물이 1000억원 넘게 팔렸다. 유통 시장에서 발행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는 족족 매진되는 상황이다. 이달은 연 5~6%대 수익이 예상되는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과 SK하이닉스 등의 채권을 판매 중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달러 채권 중에서는 미국 국채 인기가 여전히 높지만, 한국인에게 친숙한 국내 기업의 KP물에 대한 관심도 높다”면서 “KP물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최소 매수 단위는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 등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KP물은 증권사 지점에서 직접 사거나 스마트폰 증권사 앱에서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지점에서만 살 수 있다.

소액 투자자들은 KP물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도 있다. 신한자산운용, KB운용, 트러스톤운용이 개인을 대상으로 한 KP물 펀드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

작년 10월 출시된 신한운용의 ‘신한달러단기자금펀드’가 설정액이 21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도로공사, 한국전력,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의 KP물이 담겨 있다. 21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은 약 8%다. 원화가 아닌 달러로 투자하므로, 환차익이 생기면 비과세다. 만기가 6개월쯤 남은 단기채 위주로 운용하기 때문에 변동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KB운용은 원화로 투자 가능한 ‘KBSTAR KP달러채권액티브ETF’를 작년 11월 선보였다. ETF여서 주식 시장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KDB산업은행, 포스코, 신한금융지주 등 20여 KP물에 투자한다. 21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은 약 8.3%다. KB운용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된다”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이 더해져서 수익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KP물 펀드는 발행 기업이 부도날 경우에 원금을 받지 못할 신용 리스크가 있으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달러 약세로 가면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