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의 문제아’로 불리던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체질 개선과 관광업 성장으로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다. 반면, ‘유럽 경제의 모범생’ 독일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업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럽연합통계청은 올 1분기(1~3월) 유럽연합(EU)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5% 성장했다고 밝혔다. 스페인(2.4%), 포르투갈(1.4%), 이탈리아(0.6%)는 유럽연합 평균을 넘었지만, 독일은 0.2% 감소했다.
◇날씬해진 PIGS
2012년 유럽 부채 위기 때만 해도 ‘돼지들(PIGS·Portugal·Italy·Greece·Spain)’로 불리며 위기 주범으로 비판받던 남유럽 국가들이 부활한 이유로 외신들은 첫째로 긴축 정책에 따른 체질 개선을 꼽는다. 둘째로는 관광업의 급격한 반등이다.
그동안 남유럽은 국제기구의 구제금융과 가혹한 긴축 프로그램으로 투자자를 유치하고, 성장과 수출을 되살리며,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국가들은 법인세를 인하하고, 노동 시장을 유연화했다”며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해 국제 연기금과 투자자들이 국채를 사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이후 남유럽 관광업의 급격한 상승도 경제 반등을 촉진했다”고 전했다. 남유럽은 지난해 해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00만 명 이상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보다 11% 늘어난 것이다. 관광 산업은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포르투갈 경제의 약 10%를 차지한다. WSJ는 “남유럽 관광 회복은 유리한 환율을 활용할 수 있던 미국인이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7일 현재 1달러는 0.93유로다. 그리스 경제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의 투자 증가의 덕도 봤다.
◇독일 “경기가 좋을 때 숙제 안 했다”
반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업이 급격히 침체했고 결국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쳤다. NYT는 “독일 경제는 호황기 동안 디지털화나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는 대신 현실에 안주하고 러시아 에너지와 대중국 수출에 위험할 정도로 의존했다”고 분석했다.
분석기관들은 독일 노동력의 고령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세금, 과도한 관료주의 등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독일 보험금융서비스그룹인 알리안츠는 “독일은 경기가 좋을 때 숙제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유로 약세를 불러 남유럽 관광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4%로 인플레이션도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