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튼 임성윤 애널리스트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저(低)평가돼 있죠. 한국의 주력인 반도체도 저평가인 상황이라면 금융권, 음·식료, 화장품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미국 투자 회사 달튼인베스트먼트(달튼)의 임성윤 아시아·신흥시장팀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국내 저평가 기업들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달튼은 아시아·신흥국 투자에 특화돼 있는데, 한국엔 3000억원쯤 투자하고 있다. 임 애널리스트는 9년여간 달튼에서 근무하며 한국과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그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한국은 객관적으로 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투자처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으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저평가된 기업들이 꽤 있다”며 “지배주주가 회사 전체 지분이 아니라 30~40%만 갖고서 훨씬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고, 자본을 어떤 사업에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가에 대해 미숙한 부분도 보인다”라고 했다.

달튼은 몇 년 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주장하면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그는 한국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기업의 지배구조 등 근본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보이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밸류업을 실행할 만한 인센티브가 충분하진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피어 프레셔(동조 압력)에 의해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을 따라올 것이라 봐선 안 된다”며 “이미 나온 수준의 세제 혜택과 함께 상속세 개편으로 창업주의 주주환원 부담을 낮춰주거나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 책임을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투자 기업의 선별 기준에 대해 “비즈니스 수익률, 저평가 여부, 경영진과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 일치, 자본의 효과적 배치 등 4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달튼은 이 기준에 따라 메리츠금융지주에 8년쯤, 메가스터디그룹에 5년간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메가스터디그룹은 투자 결정 당시 업황이 좋진 않았지만 이런 기준에서 모범적인 모습이어서 투자를 결정했었다”며 “지난달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 메가스터디그룹 경영진에 의사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신도 보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