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이들은 요즘 울상이다. 지난 16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4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원화 환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욱 늦춰져 고금리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는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강(强)달러 현상을 부추긴 탓이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이 해외여행족을 잡기 위해 일명 ‘트래블(여행) 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각 카드사의 혜택을 잘 살펴보면 조금이나마 환전 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다. 공항 라운지 이용 등 다른 혜택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은행과 금융그룹으로 묶여 있는 일부 카드사는 은행과 협업을 내세워 환전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뜻의 ‘환전 수수료 100% 우대’ ‘100% 환율 우대’ 등의 서비스를 준다고 하고 있다. 환율 우대 100%는 환전 수수료를 100% 할인해 준다는 의미로, 환전 수수료가 무료라는 뜻이다.
◇환전 우대에 공항 라운지 이용까지
최근 카드사들은 발 빠르게 여행 특화 카드를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건 하나카드가 2022년 7월 선보인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다. 100% 환율 우대, 해외 결제·인출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담았다. 현재 환전 가능 통화는 41종에 달한다. 원하는 환율로 원하는 시점에 24시간 365일 모바일로 실시간 환전이 가능하다는 특징으로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하나카드는 체크카드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5월엔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도 출시했다. 체크카드는 계좌에 잔액이 있는 정도만 쓸 수 있지만, 신용카드는 당장 잔액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하나카드는 올해 연말까지 1인 정상 요금을 결제할 경우, 동반 1인까지 라운지 이용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또, 18일부터 트래블로그 연결 계좌를 전 은행으로 확대해 기존에 쓰던 은행 계좌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다.
신한카드도 지난 3월 신한은행과 협업해서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전 세계 통화 30종에 100% 환율 우대와 해외 결제 및 해외 ATM(자동 입출금기) 인출 수수료 면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카드는 국내 4대 편의점 5% 할인, 대중교통 1% 할인 등을 해주기 때문에, 늘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내세운다. 또,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지만 전 세계 1200여 공항 라운지를 연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KB국민카드도 이달 해외 결제 특화 신용카드인 ‘KB국민 위시 트래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해외 결제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신용카드이기 때문에 미리 환전할 필요가 없고 나중에 재환전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 장점이다. 국민카드는 오는 22일 해외 결제 특화 체크카드인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카드도 지난해 8월 핀테크 업체 트래블월렛과 함께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고, NH농협카드도 오는 7월 이후 해외 결제 특화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드사 “똑똑해진 해외여행객 잡아라”
이렇게 카드사들이 해외 결제 특화 카드를 너도나도 출시하는 배경엔 ‘똑똑해진 해외여행객들’이 있다. 이제 여행객들은 각 카드사의 혜택을 꼼꼼하게 비교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환율 상황을 보며 실시간 환전 등을 하면서 여행 경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하나카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3개월간 트래블로그 이용자의 환전 패턴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은행 영업시간 외 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 여행객 10명 중 4명은 현지에서 추가 환전을 하는 등 ‘다회 소액 환전’을 하는 이도 많았다. 과거처럼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번에 대량의 금액을 환전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이 떨어지거나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환전하는 것이다.
카드사의 이런 ‘트래블 카드’ 열풍엔 코로나 이후 최근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우리 국민은 2272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655만명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