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수익률 74%, 올해 1분기 수익률 29%.

직원 12명인 구도자산운용은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섭외 1순위 운용사다. 구도운용의 간판 상품인 ‘구도TAO펀드’가 지난해 5년 이상 국내 헤지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구도(求道)’는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올해도 1분기 누적 수익률이 29%에 달한다. 작년과 올 1분기 코스피 상승률이 각각 19%, 3.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박정훈 구도운용 대표는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 세계 상장 주식 중에서 130~150개를 골라 투자하고 있는데, 현재는 해외와 국내 주식 비율이 6대4 정도”라며 “철저한 기업 분석은 기본이고, 구글·네이버 등 온라인 검색엔진과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망 종목을 발굴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외신에서 한국 라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는 뉴스를 접했다면, 어느 회사의 라면이 인기인지,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장 많이 된 상품을 찾아내서 투자 종목 리스트에 반영하는 식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온라인 검색 데이터는 실제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려서 일종의 투자 선행 지표라고 한다.

구도운용은 지난 2017년 투자 자문사로 출발해 2020년 자산 운용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망 해외 주식을 현지인 만큼 발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 미국에 계열사로 구도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에셋플러스운용, 맥쿼리투신 등에서 활약했던 1세대 펀드매니저인 백성훈 대표가 맡고 있다.

구도운용은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라면, 변압기 등 업종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챙겼다. 최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투자 키워드로는 AI 서비스, 양극화(부익부 빈익빈), 웹툰 등이 있다. AI 서비스란 의료·법률·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종목을 찾아 투자하면 주가가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바로 팔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펀드 내에서 수익률이 90%에 육박하는 종목도 있다. 박 대표는 “기업 실적이 하락하거나 혹은 검색엔진 트래픽이 감소하는 구간이 왔을 때 매도를 고려한다”면서 “특정 수익률이나 매도 목표가를 정해 놓고 투자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레버리지(대출)를 쓰기 때문에 펀드 변동성은 다소 높은 편이다. 박 대표는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노렸지만 최근 시장 상황에선 맞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해외 주식 공매도(차입 주식 매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테무 등과 같은 중국 이커머스는 치열한 경쟁으로 이익 훼손 우려가 높아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