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만기가 돌아오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ELS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범위를 벗어나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크지 않은 확률이지만, 홍콩H지수는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현재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년 상반기 판매됐던 계좌 8만여 개는 손실이 거의 확정된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신년기 작가가 '재테크 숟가락'에 출연해 ELS를 분석하고 있다. /조선일보 머니

지난 28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 공개된 ‘재테크 숟가락’에서는 금융 전문가인 신년기 작가가 ELS를 집중 분석했다. 신 작가는 2004년 LG칼텍스가스(현 ㈜ E1)에 입사 후, 산업은행, 하나은행, 현대해상, 신한은행 등 국내 여러 금융사에서 20년 넘게 채권 업무를 담당해 온 전문가다. 책 ‘20년 차 신 부장의 금융 지표 이야기’ ‘20년 차 신 부장의 채권 투자 이야기’ 등의 저자다. 신 작가의 ELS 강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그래픽=김현국

◇”낮은 확률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

- ELS는 어떤 상품인가?

“주가가 횡보하거나 소폭 하락하더라도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상품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 이어진 저금리 상황이 ELS 인기에 한몫했다. 꾸준히 5%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위험 부담이 높은 주식보다 ELS가 수익률과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범위를 벗어나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 홍콩 ELS 사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ELS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을 잃게 생겼다. 확률적으로 홍콩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 주가가, ELS 만기가 일반적으로 3년임을 감안할 때 3년 동안 반 토막 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런데 매우 낮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있다는 것이다. 투자 원금을 다 날릴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은행들은 왜 위험한 상품을 판 것인가.

“ELS 같은 파생 상품은 증권사가 과거 수년간 지수를 근거로 수익률을 산정한다. 적어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20년 말까지 홍콩 H지수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급락해도 바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즉 서류상으로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가입자들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던 것 같고, 은행 직원들은 고위험 파생 상품 판매량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무리해서 고객들에게 ELS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김현국

◇”일본 지수 ELS 가입 신중해야”

- 요즘 일본 닛케이225 ELS 판매도 늘어난다.

“우려스럽다. 일본 닛케이225를 기초로 ELS는 최근 10년 이상 동안 일반적인 ELS 구조로 손실을 본 적 없이 꾸준히 조기 상환 후 수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일본 역시 1990년대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적이 있다. 현재 일본 주가지수가 너무 올랐다. 3년 후 ELS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 주식시장과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추이를 비교해 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판단해보길 바란다”

- 기존 가입해둔 ELS 중도 해지해야 하나.

“먼저 ELS처럼 유통 시장이 존재하지 않은 상품은 내 자산 중 작은 비율로 투자해야 한다. 채권처럼 만기가 도래하기 전 팔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일 때는 ‘없어도 된다’는 금액 이하로 투자하자. 중도 상환 해지 시 돌려받는 금액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기준가의 95% 이상, 단 발행 후 6개월까지는 90% 이상의 가격으로 증권을 중도 상환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도 상환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해야 하는 최후 수단이다.”

- 그래도 ELS 투자하고 싶다면.

“ELS 투자는 주가가 횡보하거나 소폭 하락할 때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번 홍콩 ELS 사태, 그리고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일본 닛케이225 지수 ELS 등 기초 자산 지수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을 때 관련 파생 상품 가입은 조심해야 한다. ELS는 코스피처럼 비교적 변동성이 작고 횡보하는 지수에 적합한 상품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재테크 숟가락′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 보세요. https://youtu.be/V2lhGF82x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