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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화두인 미래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회사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최신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금융이 대세가 됐다.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금융사마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형사들도 다른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고객 편의에 중점 둔 디지털 혁신

삼성자산운용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편해 고객 편의성을 크게 강화했다.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와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카카오톡과 구글을 통한 간편 회원 가입·로그인 기능을 추가해 홈페이지 이용을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바꿨다.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도 직관적으로 바꿨다. ‘테마별 ETF(상장지수펀드)’ 페이지를 통해 관심 상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ETF 트렌드 한눈에 보기’에서는 ‘강남3구에서 많이 구매한 ETF’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제를 선별해 매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실시간으로 인기가 높은 ETF들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ETF NOW’를 새로 선보인다. 테스트를 통해 본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들을 추천받을 수 있는 ‘투자 MBTI’ 등도 내놓는 등 재미와 유용함을 둘 다 잡았다.

모바일 홈페이지에는 상품 정보 화면에 ‘구매하기’ 버튼을 배치했다. 투자자가 해당 버튼만 클릭하면 상품을 실제 매수할 수 있는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화면으로 옮겨 갈 수 있다. 정보 확인부터 구매까지 원스톱 설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정보 전달, 금융 교육도 금융사들의 관심거리다.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70만명을 넘어섰고, 다른 증권사·자산운용사들도 자사 유튜브를 통해 정보 전달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유튜브에 격주로 ‘한투스테이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각 분야 전문가가 직접 출연해 상품을 설명하고 직접 질의응답도 받는 생방송 세미나 프로그램이다. 상품의 장점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도 함께 전달하는 등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1분 안팎의 숏폼(짧은 영상) 양식을 활용한 상품 소개 콘텐츠 ‘ETF 자기소개’도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I 접목한 서비스 속속 등장

금융사들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고객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 랩(Wrap·종합 자산 관리 계좌) 상품을 추천해 주는 ‘MY AI(마이 에이아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증권사 전문가가 고객이 맡긴 돈을 알아서 굴려주는 계좌를 랩어카운트(Wrap Account)라 부르는데, 이 역할을 사람 대신 AI가 대신해 주는 서비스다.

MY AI는 고객이 직접 입력한 개인 정보 및 투자 성향 및 계획, 소득 정보 등을 바탕으로 AI가 약 1억300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한 뒤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랩 상품을 추천해 준다. 최소 가입 금액이 100만원, 수수료는 연 0.5%로 기존 랩 상품보다 낮다는 점도 매력이다.

아울러 리서치 부문에 AI를 활용한 한국투자증권의 ‘에어(AIR, AI Research)’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인공지능 리서치 서비스로, 현재까지 국내 주식 1만여 개, 미국 주식 8000여 개를 분석해 왔다.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았던 기업 612곳에 대한 분석도 진행해, 투자자들의 정보 부재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에어의 알고리즘과 관련된 기술 5개를 특허로 출원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걸음 나아가 지난해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인 스탁스팟(Stockspot)을 인수했다. 스탁스팟은 운용 자산이 6000억원에 달하는 호주 1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회사다. 이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I 기반 서비스를 접목한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등 AI 기반 산업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5년 퓨처어드바이저(FutureAdvisor)를,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2016년 미국 퇴직연금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아니스트달러(Honest Dollar)를 인수한 바 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금융 정보 회사 블룸버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ETF 신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와 블룸버그의 MOU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운용사로서의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협약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체 운용 자산의 41%인 128조원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블룸버그는 금융 정보 기술(IT)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상품 ETF 개발을 위한 금융 데이터 및 리서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 고객도 디지털 금융 혜택

신협중앙회는 작년 7월, 기업용 모바일 뱅킹인 ‘신협 온(ON) 뱅크 기업’을 신규 출시하며 기업 모바일 뱅킹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신협의 개인사업자, 법인 조합원은 PC 인터넷 뱅킹을 통한 기업 업무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사업장의 직원별로 이용자 ID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신협 온(ON)뱅크 기업’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사업장에서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수에 따라 다수의 이용자 아이디(ID)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이용자 ID마다 계좌별로 업무 권한(계좌 조회, 출금, 입출금 알림), 이체 한도 등을 별도로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별로 전결권을 부여해 결재선 관리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계좌 관리뿐만 아니라 횡령 등 금융 사고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신협은 기존 기업 인터넷뱅킹도 11년 만에 개편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경험 환경(UI/UX) 개선, 기업 맞춤형 뱅킹 서비스 강화 등을 위해서다. 불필요한 항목들을 걷어내고 결재 현황, 대표 계좌 등 업무에 필요한 메뉴를 눈에 잘 띄게 배치했다. 신협은 이번 개편을 통해 인터넷 뱅킹에서 사업자가 필요한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올인원(All-in-on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디지털로 업무 효율 높여

조직 문화가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새마을금고도 업무 자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이미 지난 2021년에 업무 자동화 시스템(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을 도입했다. 이어 작년 말에는 전국 약 1300개 새마을금고 전 지점 직원으로 사용자를 확대했다. 본점부터 지점에 이르기까지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RPA는 독립 법인인 각 금고의 경영 진단, 자료 추출, 실적 보고서 등 업무를 도맡고 있다. 각 금고가 매일 수행하던 금융결제원과의 자금 정산 업무도 지금은 RPA가 대신한다. 직원들은 이 시간을 아껴 대외 영업 활동을 벌이거나 고객 응대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객이 상속 등의 이슈로 많은 양의 거래 증명서를 요청할 경우에도 RPA가 직원을 대신하여 발급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일선 창구에서는 수작업 위주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에 RPA가 도입되어 일손이 절감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RPA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친절한 업무 처리 안내와 직관적 UI(사용자 접속 환경)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부터 1만7000여 명의 전체 직원별로 고유의 RPA ID를 생성해, 보안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5년 AI를 활용한 RPA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조직 내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DT(디지털 전환) 환경을 구현해 그 효과가 고객 편의와 직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