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급 ‘사자’ 행렬에 나서면서 외국인 주도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펼치는 게 좋을까.
25일 본지가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증권 등 5대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분기(4~6월) 투자 전략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센터장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AI(인공지능)나 반도체 산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외국인이 주목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금융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외국인, 한국 주식 폭풍 매수
최근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주식의 시가 총액 비율은 34.16%로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25일까지 삼성전자(3조 9743억원), SK하이닉스(1조 4019억원), 현대차(2조 1451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지금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종목들을 따라 사는 건 유효한 투자 전략일까.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산업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IT(정보기술)에 대해서는 조정 시 추가 매수해 포지션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실적이 하향하기 전까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의 경우 리스탁킹(재고 재축적) 사이클이 아직 유효해 보이고 AI가 기존 메모리 수요 대체가 아닌 새로운 성장성의 확보를 보여준다면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은 총선 이후에도 지속적인 정책 모멘텀이 가능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도 전에 관련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외국인 집중 매수세의 지속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들의 종목을 따라 사려면 그만큼 장기 투자를 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는 종목 이외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당장 업황은 나쁘지만 비관적 실적 전망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바이오나 화장품 관련 종목에 대해 저가 분할 매수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 투자는
센터장들은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지만, 일본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윤석모 센터장은 “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 유지로 인해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돼 주가 하방 위험이 낮아졌다”며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투자에서도 미국 기업의 기술 독점력이 공고해 지속적으로 미 본토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원 센터장도 “AI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가 미국 주식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고 금방 식을 것 같지 않다”며 “인버스 투자는 권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버스 투자는 주식 거래에서 주가가 떨어질 경우 오히려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일본 주식에 대해선 추천과 비추천의 의견이 갈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정상화는 일본 경기가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본 주식 시장에선 단기 이벤트를 의식한 투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적합하다. 올해 4~5월을 향하며 다시 주가 퍼포먼스가 견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희찬 센터장은 “일본 주식은 엔화 약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이라 당장 크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환율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편 센터장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중반 이후 2~3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금리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요소지만 미 연준 통화 정책은 확정된 부분이 아니기에 불확실성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