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개당 7만달러를 넘고, 국내에선 1억원을 돌파하자 국내외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랠리’에 지난 1월 이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된 자금만 70억달러(약 9조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두 달간 비트코인 약 20만개를 사들였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비트코인 관련 종목을 최소 1억1036만달러(약 1447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각) 오전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0% 급등한 7만199달러까지 치솟은 후 6만7000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11일 다시 7만달러를 넘겼다. 이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사상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그래픽=양진경

◇비트코인 현물 ETF가 큰손?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 분석 업체 모닝스타 다이렉트 자료를 인용해 비트코인 현물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블랙록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총자산이 127억달러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IBIT엔 투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자산이 크게 불어나기도 했다. IBIT는 1월 11일 출시 이후 지난달 29일에 총자산 100억달러를 넘겼다. 이는 나스닥100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베스코 QQQ’ ETF가 갖고 있던 사상 최단 기간 100억달러 도달 기록을 깬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한편 지난 1월 미국에 처음으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들에 지난달 말까지 순유입된 자금 규모는 7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날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IBIT는 약 두 달간 비트코인 19만5985개를 사들였다. 이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상장사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19만3000개)가 보유한 물량보다 더 많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운용사들이 자금 유입에 맞춰 비트코인을 사놓아야 한다.

1000개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고래’도 늘었다. 시장조사 기관 룩인투비트코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비트코인을 최소 1000개 갖고 있는 고유 주소는 2104개로, 지난 1월 19일 1998개보다 106개 늘었다. 1월 19일 당시 비트코인이 4만1000달러에 거래됐던 걸 고려하면 가격이 50% 상승했음에도 ‘큰손’들이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자 (큰손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톱5 중 2개는 비트코인 관련

국내 투자자의 해외 비트코인 관련 종목 투자도 늘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미국 주식시장 종목 상위 5위 중 2개가 비트코인 관련이다. 1위인 엔비디아(9262만달러), 2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3X ETF(반도체 종목 주가를 반대로 3배 따르는 상품, 6028만달러)에 이어, 3위에 비트코인 관련 종목으로 분류되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5438만달러)가 올랐다.

그래픽=양진경

이어 테슬라(4604만달러)가 4위,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 4325만달러)가 5위를 차지했다. BITX는 비트코인 선물 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따르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없지만,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따르는 상품은 거래할 수 있어 이런 상품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15위에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 1273만달러)’까지 합치면 서학개미들이 8일간 비트코인 관련 종목을 최소 1억1036만달러어치 쓸어 담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한국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작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 화폐)에서 비트코인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강하다는 뜻”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이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 성향을 가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