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알맹이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 심리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번 밸류업 지원 방안에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기업은 자본비용·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기업 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날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은 강제성이 핵심이라며 “일본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로 오른 업종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으나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꾸려진다면 차익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했다. 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인 PBR은 1 미만이면 회사의 시장가치가 장부상 가치만큼도 안 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이 주가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자율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지난 한 달 간 코스피는 이익 전망이나 할인율 변화 등 기초체력(펀더멘털) 요인과 무관하게 구체화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낙관론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만약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 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내고 “강제성 없는 자율 공표, 세제 혜택 제외 등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사가 주말 중 나왔다”며 “(밸류업 정책에) 기대치를 하회하는 내용만 있을 경우 조정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저PBR에 대해선 조정 발생시 매수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밸류업 정책은 2월 말 정책 발표를 피크(정점)로 모멘텀이 소진됐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장 초반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올랐던 저(低)PBR 종목들은 하락하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13분 현재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3.28%, 4.14% 주가가 빠졌고, 신한지주(-7.62%), KB금융(-8.66%), 하나금융(-9.51%), 우리금융(-4.16%) 등 금융주와 삼성생명(-7.32%) 등 보험주도 주가가 하락세다. 삼성물산(-6.37%), SK(-7.11%), LG(-6.21%) 등 지주사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5월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