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이들 상승세를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대형주만이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든 주가가 같이 오르는 소위 ‘유동성 장세’는 아니란 것이다.

미국 S&P500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0.03% 오른 5088.8로 사상 최고로 마감했다. 앞서 지난 22일 일본 닛케이 평균은 2.2% 오른 3만9098엔으로 마감하며 버블(거품) 경제 붕괴 직전의 종전 최고치인 1989년 12월 29일의 3만8915엔을 갈아치웠다.

◇M7 빼면 S&P500 상승률 반 토막

지수를 끌어올리는 건 미국에선 ‘매그니피선트7(M7)’, 일본에선 ‘7인의 사무라이(사무라이7)’로 불리는 종목들이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7종목을 가리킨다. 골드만삭스가 일본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로 제시한 사무라이7은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 등이다.

25일 금융 정보 업체 팩트세트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대비 지난 21일 M7 주가는 평균 89%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32% 올랐다. 그런데 S&P500에서 M7을 뺀 나머지 493종목 상승률은 같은 기간 18%에 그쳤다. 전체 S&P500 상승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 토픽스는 작년 말 대비 지난 22일까지 12.5% 상승했다. 그런데 대형주 묶음인 토픽스 코어30은 같은 기간 17.6% 올라 토픽스 상승률을 웃돈 반면, 소형주로 구성된 토픽스 스몰은 6.5% 올라 토픽스 상승률의 절반 정도다.

그래픽=양인성

◇대형주 안에서도 쏠림 현상

미국과 일본 증시를 주도하는 7종목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M7 시가총액은 총 12조4745억달러인데, 이 중 마이크로소프트 한 종목이 3조490억달러로 4분의 1을 차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로 AI 붐을 일으킨 오픈AI에 투자했기 때문에 AI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종목 사이 상승률도 벌어져 있다. 블룸버그파이낸스에 따르면 작년 말 대비 지난 21일 M7 내에서 엔비디아와 메타, 아마존이 각각 64%, 39%, 15% 오르는 동안 7종목 중 꼴찌인 테슬라는 오히려 하락했다. 역시 AI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압도하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 기준 사무라이7 기업 시가총액 100조8781억엔 중엔 도요타(57조4451억엔) 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57%로 쏠려 있다. 그런데 사무라이7 내에선 반도체 관련 주들의 상승률이 높다. 스크린홀딩스가 작년 말 대비 지난 22일 주가가 66.7% 올랐고, 어드반테스트 47.7%, 도쿄일렉트론이 44.8% 올라 1~3위를 차지했다.

증시 관계자는 “과거 저금리 때처럼 모든 주식이 다 같이 오르는 유동성 장세가 아니고, 지금은 고금리 시기로 투자자들이 실적과 장래성이 있는 AI(인공지능)와 반도체 관련 일부 주식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수 기업 주도장…난기류 가릴 수 있어”

일부 대형주에 쏠려서 오르는 강세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규모가 큰 대형주는 지수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지수 상승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로 여겨지지만, 소수 기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면 표면 아래 난기류를 가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애널리스트 쿠람 쇼드리는 최근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 시장의 지속적인 집중도 상승은 올해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중요한 리스크”라고 했다. 쇼드리는 지난 1년간 M7에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JP모건, 알파벳C(우선주)를 포함한 상위 10개 종목이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인 33.2%에 버금가는 약 30%라고 분석했다. 쇼드리는 “증시 하락이 현실화하면 매도세도 이 상위 10개 종목이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