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자금을 굴린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그보다 짧은 기간 안에 투자 성과를 내고 싶다면 인공지능(AI)처럼 금리 수준과 상관없이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산업을 살펴야 합니다.”

하건형<사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일 “올해 투자에서는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절대적 금리 수준 역시 높을 수 있다는 관점을 열어 놔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4일(현지 시각)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은 시장 예상보다 느리고 작을 것”이라고 했다.

하 위원은 조선일보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3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2년 연속 경제분석(이코노미스트)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하 위원은 “연준은 올 2분기 경기 회복이나 물가 둔화 속도, 고용 시장 상황이 어떠할지 보면서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투자할 경우엔 그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고 강조했다.

하 위원은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 시장이 양호한 가운데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상반기는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고, 하반기로 가면서 금융 시장 강세가 둔화하는 대신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채권 비중을 높이면 좋다”고 했다. 또 전반적으로 올해에는 제조·건설·플랫폼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반면, 자영업 중심으로 굴러가는 대면 서비스업·여행·외식 부문의 실물 경제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 위원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한동안 위축됐던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다시 올라오면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산업을 살펴보라”고 했다. IT 분야가 대표적이다.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짧은 기간에 폭증한 후 2022~2023년에는 상대적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제 비대면 소비가 다시 살아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하 위원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세계 주요 기관들보다 낮은 1.9%로 내다봤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린 2.2%,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존보다 0.1%포인트 올린 2.3%로 제시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하 위원은 “수출 중심인 한국은 수출 실적이 좋으면 성장률도 좋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수출로 돈을 벌더라도 한국에서 투자하고 있지 않다”며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이 깨지며 성장률에 수출 호조가 미치는 효과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또 “대출을 많이 끌어와 소비하는 국내의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의 기조가 ‘빚을 갚으라’는 쪽으로 바뀌며 내수 파급력이 과거보다 쪼그라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