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를 이어가며 1200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머지않아 흐름이 바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 머니가 환율 및 투자 전문가 4인(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 우리은행 박형중 이코노미스트, NH투자증권 장재영 자산관리전략부 차장, SC제일은행 박순현 투자전략상품부 이사)에게 환율 전망과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과도한 면이 있다”며 “내년 초 1300원대로 올라선 뒤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김현국

◇환율 하락세, 곧 멈출 듯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30일 원·달러 환율은 1357.3원에서 1290원으로 하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한 달간 5%가량 상승한 것이다.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을 키웠다. NH투자증권 장 차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고 곧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빠르게 하락했다”며 “원화는 한국의 수출 경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강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 폭(5%)은 엔화, 유로화, 위안화 가치 상승 폭(각각 0.6%, 2.8%, 2.5%)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전문가 4인은 모두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곧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돼서 달러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지기 어려운 데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도 미·중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 중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에 0.25%포인트씩 4~5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금리 인상 예정표)보다 두 배 넘게 빠른 속도다. 우리은행 박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물가가 확실히 2%대로 하락하고, 경기가 크게 나빠져야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원화 강세가 계속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 평균이 대략 1330~1380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환차익 올릴만한 美·日 주식 추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300원대로 올라선 뒤,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에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장 차장은 “환 헤지(위험 회피)형으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면 2%가량 수수료도 있어서 현 시점에서는 환 노출로 투자하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중에서도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부르는 미국 대표 테크 기업 7곳(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아마존·메타·테슬라·알파벳)을 추천했다. SC제일은행 박 이사는 “미국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고, 금리는 어차피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생성형 AI’ 붐을 등에 업은 미국 테크주는 꽤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 미국 테크 기업 순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10% 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특정 국가나 영역의 비율을 너무 높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한은행 백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 금리에 민감한 미국 테크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지역,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의견도 있었다. 엔화가 유례없이 저점으로 떨어진 만큼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큰 데다 일본 반도체, 자동차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 박 이사는 “투자자들에게 일본 주식 매수를 올 하반기부터 권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이 배당을 많이 주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